“계단만 보면 한숨이 나왔어요.”
40대 중반의 주부 윤모 씨는 6개월 전부터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무릎이 시큰거렸다. 집 근처 정형외과를 찾았지만, 병원에서는 X선 촬영을 한 후 “이상이 없다”고 진단했다. 윤 씨가 통증을 계속 호소하자 진통제를 처방하고 물리치료를 권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계단을 오를 땐 괴로웠다. 병원에 가도 원인을 모르니 답답할 뿐이었다.
결국 윤 씨는 관절전문병원인 연세사랑병원을 찾은 뒤 “무릎연골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연세사랑병원(강남) 자기관절보존센터 고용곤 원장은 “무릎연골 손상은 일반적인 X선 촬영으로는 진단이 어려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나 관절내시경으로 진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현재 ‘자가골연골이식’에 성공해 가벼운 산책과 수영 등으로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자가골연골이식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신체 부위의 건강한 연골을 손상된 연골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 지름 4㎜가량의 구멍을 뚫고 관절내시경을 삽입해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시간은 20분에 불과하다. 회복이 빠르고 자신의 연골을 이식하므로 부작용이나 거부반응이 없는 것이 장점.
고 원장은 “윤 씨는 통증을 방치하지 않고 초기에 치료해 자가골연골이식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시큰거림이나 통증이 지속될 경우 꼭 전문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연세사랑병원은 무릎뿐 아니라 어깨, 척추, 발 등 모든 관절부위를 세분해 맞춤형 해법을 제공하는 전문센터들을 운영 중이다. 이들 전문센터에선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전문의들이 환자의 치료를 담당한다.
○ 한번 망가지면 회복 어려운 연골
흔히 ‘물렁뼈’라고 알려진 연골은 관절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물질이다. 뼈와 뼈가 맞닿는 부위에 존재하면서 뼈의 마모를 방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이 때문에 연골이 손상되면 뼈가 받는 하중이 심해지고 퇴행성 관절질환도 더 빨리 진행된다.
이 연골에는 혈관이 없어 한번 손상되면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고 원장은 “손상된 연골을 방치하면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운동도 힘들어져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골 손상의 큰 원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진행되는 퇴화현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운동으로 인한 손상도 많아졌다.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 운동을 자칫 무리하게 할 경우 오히려 관절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골이 손상되면 처음에는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산에서 내려올 때 시큰거림은 더욱 심해진다. 이후 바늘로 무릎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나중에는 무릎에 물이 차고 결국 극심한 통증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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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는 치료
과거에는 연골 손상을 대체할 방법이 없어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되는 일이 많았다. 이때는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만이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포를 이용한 조직공학이 발달하고 의술이 발전하면서 연골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활발하다.
연세사랑병원 자기관절보존센터에서는 자가골연골이식술과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을 통해 연골 손상을 치료한다.
자가골연골이식술은 손상 부위가 작을 때 주로 쓰인다. 진단과 함께 수술이 가능하므로 조기에 발견하면 매우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은 손상 면적이 넓을 때 쓴다. 건강한 신체 부위의 연골세포를 채취해 1000배 이상 증식 배양한 뒤 손상부위에 이식해준다. 자가골연골이식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세포를 이식하므로 부작용이나 거부반응이 없다.
두 가지 수술 모두 관절내시경으로 이뤄진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
연세사랑병원(부천) 자기관절보존센터의 박영식 원장은 “시술의가 경험이 없거나 익숙하지 않을 경우 시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한 부위에 이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최다 케이스 보유
연세사랑병원은 2003년 개원 이후 관절내시경 수술만 1만 건이 넘을 정도로 시술 사례가 많다. 이 중 284건이 이뤄진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의 경우 수술환자의 90% 이상이 생착에 성공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
또 10월에는 아주대 의대 세포치료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돼지연골세포를 이용한 임상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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