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부 두 명이 황새 먹이인 전갱이를 먹이통에 담아주자 서너 마리가 성큼 성큼 다가와 긴 부리로 잡은 뒤 구석으로 가 삼킨다. 겁이 많은 일부 황새는 먼 곳에서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서성이기만 했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 복원연구기관.
1996년부터 국내에서 멸종한 황새 복원에 나서 현재 57마리까지 늘렸다. 지난해에는 자연방사도 해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취재를 올 정도로 황새복원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황새공원(마을)' 조성이 예산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복원사업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황새복원센터 박시룡 소장은 "애써 키운 황새들을 마땅한 서식지가 없어 시베리아로 날려 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인 황새가 국내에서 자유롭게 화려한 날갯짓을 펴기 어렵게 된 것이다.
●1971년 4월 동아일보가 국내서 마지막 발견한 뒤 1994년 멸종
국내에서 황새는 충북 음성에서 본보(1971년 4월 1일자·사진 참조)에 의해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은 뒤 암컷은 무정란만 낳다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멸종됐다.
이후 황새복원센터가 1996년부터 20여 마리의 황새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세계에서 4번째로 황새 인공번식(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실험실에서 키우는 것)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황새 어미가 새끼를 직접 기르는 자연번식마저 이뤄냈다.
지난해 6월 15일에는 수컷 '부활이'와 암컷 '새왕이' 한쌍을 충북 청원군 미원면 화원리 6600여㎡ 규모의 황새 시험 방사장으로 5개월여 간 처음으로 시험 방사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야생방사를 해 본 결과 의외로 야생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황새는 먹이를 잡는 능력이 왜가리나 백로 등 비슷한 먹이원을 갖고 있는 개체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먹이 잡는 기술이 뒤떨어진 황새가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고 이것이 황새가 국내에서 멸종한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새 터전 '황새 공원' 예산지원 안돼 무산 위기
황새복원센터는 내년에는 70마리로 개체수를 늘리고 2012년 첫 야생방사에 나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황새와 사람, 자연이 함께 사는 친환경 생태마을을 만든다는 것.
박물관, 야생화 훈련장, 번식장 등이 들어서는 10만㎡ 규모로 만들 계획이지만 문제는 약 18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다. 그동안 복원센터 예산을 지원해준 문화재청과 지자체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이 계획은 현재 실현이 불투명하다.
박 소장은 "문화재청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황새를 시베리아로 방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효고(兵庫)현 도요오카(豊岡)시는 1965년부터 황새 복원 사업을 벌여 지금은 11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황새의 춤'이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나오고 맨홀 뚜껑에까지 황새 문양을 새기는 황새도시로 변모해 관광객이 넘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복원담당 최영호 씨는 "천연기념물과 관련한 전체 예산이 180억 원인데 반해 지원해야 할 대상은 400여 건"이라며 "이렇다 보니 1억 원씩만 나눠도 지원을 못받는 곳이 허다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청원=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