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해, 수컷이 암컷보다 더 취약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7분


호르몬 시스템 파괴로 어류-포유류 등 ‘여성화 재앙’ 가속

남성 정자수 50년전의 40%

생식능력 저하로 불임 급증

환경공해로 전 세계의 ‘수컷’들에게 재앙이 닥치고 있다고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환경운동단체 ‘켐 트러스트(CHEM Trust)’가 경고했다.

이 단체는 전 세계 250여 개 논문을 토대로 이달 초 발행한 종합보고서에서 환경공해의 해악을 집중 조명했다. 지금까지 발행된 이 분야의 연구보고서 중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공해는 ‘암컷’보다는 ‘수컷’에게 훨씬 치명적이다. 오염물질에 취약한 수컷 호르몬 분비계통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의 어류, 조류, 포유류 등에서 여성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빠른 진화=인류가 만들어 낸 화학물질은 10만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이 중 99%는 단속규정 자체가 없으며 85%는 위해성에 대한 정보도 없다. 상당수 화학물질은 내분비 호르몬 계통에 크고 작은 이상을 초래하게 한다.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를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용해된 화학물질을 접할 수밖에 없는 어류다.

영국 저지대에 사는 물고기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수컷 물고기가 생식기 속에 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아프리카, 지중해, 미국 서부 해안 등지의 물고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올해 초 두꺼비의 40%에서 자웅동체(암수한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은 북극곰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피트 메이어스 미국 환경보건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0만가지의 화학물질을 환경에 배출한 인류가 심각한 호르몬 시스템 파괴 현상을 목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역사상 가장 빠른 진화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여성화되는 남성들=수컷의 위기는 인간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류의 출산능력 저하와 성비 변화는 이미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20여 개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 남성의 정자 수는 정액 1mL에 6000만 개로 50년 전 1억5000만 개였던 것에 비하면 4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불임 가정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환경오염에 노출된 임신부가 낳은 남아는 음경이 작고 생김새나 행동이 여성스러워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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