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창호(56세)씨는 등산을 좋아해 매주 산을 오른다. 하지만 이런 최씨도 겨울만큼은 좋아하는 등산을 즐길 수 없다.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은 겨울만 되면 다리가 당기고 저린 증상이 더욱 심해져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씨의 경우처럼 겨울만 되면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젊은층에서도 겨울만 되면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 중에는 자신을 뇌졸중 초기라고 판단해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리가 저리다고 해서 뇌졸중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흔히 다리병을 의심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한의원에서 침이나 뜸 치료를 받기도 하고 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치료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리가 아닌 허리를 의심해 봐야 한다.
대표적인 허리병 중 하나인 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척추 주변의 뼈나 인대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두꺼워지게 되는데 이럴 경우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척추관)가 좁아져 신경을 누르게 된다. 이때 눌리는 허리신경이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기 때문에 엉치,허벅지,종아리,발끝,발바닥 등에서 저리거나 당기고, 힘이 없어지는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허리병 하면 대개 디스크를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50대부터는 디스크보다 척추관협착증이 2~3배 더 많다.
고도일신경외과 고도일 대표원장은 “겨울만 되면 다리가 저리는 사람들 대다수는 겨울이면 으레 겪는 통증 정도로 생각하는 데 경막외내시경요법으로 간단하게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분 시술로 통증 사라져…당일 퇴원도 가능
척추관협착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염증 부위를 정확히 찾아낸 뒤 섬유화된 신경을 치료해 정상화시켜야 한다. 척추관협착증 치료를 위한 비수술요법으로는 경막외내시경요법이 효과가 뛰어나다.
경막외내시경요법은 삽입한 내시경을 통해 척추 주변 통증유발 요인을 제거하는 원리다. 시술방법은 간단하다. 꼬리뼈부위를 통하여 척추를 감싸고 있는 경막 바깥쪽에 일반내시경의 10분의 1 정도 크기인 특수 내시경을 삽입한다. MRI로 발견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 통증유발원인을 내시경으로 상태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통증 유발 원인을 제거하면 된다.
즉, 경막외 공간에 염증이 생겼다면 염증제거 약물을 주입하고 신경과 신경이 유착을 일으켰다면 유착 방지제를 뿌림으로써 통증을 경감시킨다. 또 주변 조직에 널려있는 혈전을 제거하거나 신경이 눌린 부분을 풀어주기도 한다.
경막외내시경요법은 허리디스크 수술 후 다리 저림이 나타나는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좋다. 디스크 환자들은 수술을 받고 난 뒤에 다리 저림 등의 통증이 있어도 한 번 수술을 받았다는 생각에 별다른 처치를 받지 않고 통증을 견디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수술을 했기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수술환자의 통증을 해결해 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디스크 수술 후에도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신경이나 그 밖의 부위에 붓기가 덜 빠졌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회복기간 중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척추수술 후 신경이 유착됐기 때문이다. 수술 후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 중에는 척추 신경이 들러붙는 유착현상이 생긴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이럴 경우 재수술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경막외내시경요법은 내시경을 이용해서 쉽게 환부에 접근할 수 있다. 유착현상은 수술 부위가 아무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지만 MRI와 같은 정밀검사로도 발견이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경막외내시경요법으로서 보다 직접적으로 원인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막외강을 통해 수술 부위에 접근할 때에는 척수신경을 건드릴 위험이 상존한다. 아울러 아직까지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고 있지만 감염의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숙련된 전문의가 아니면 함부로 시도할 수 없는 시술이기도 하다.
간단한 시술이지만 사후관리 철저히 해야
어떤 수술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경막외내시경요법은 사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술 후 예후가 달라진다. 척추란 워낙 복잡하고 예민한 곳이어서 사후관리에 조금만 소홀해도 재발하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애써 수술을 받고 관리를 잘못해 수술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사후관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정이다. 경막외내시경요법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최소 침습시술이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 또한 일주일 정도는 허리를 무리하게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허리에 심한 무리를 가하면 통증이 재발할 수 있고 심하면 내부출혈의 위험도 있다.
또 술과 담배를 과용하면 회복이 더디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담배는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 물질로 디스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의 혈액 순환을 떨어뜨려 디스크의 퇴행현상이나 변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술 역시 과음을 하면 시술 부위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다. 흔히 수술 후 안정만 제대로 취하면 다시 정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오해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운동으로 근력을 단련시키지 않으면 이후로도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도움말-고도일(고도일신경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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