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만 나고 구토 - 설사 증세 없으면 가급적 피해야
자녀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기침을 할 때 항생제를 먹이는 부모가 많다. 항생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도 많다.
그러나 실제로 감기 걸린 어린이 10명 중 8, 9명은 항생제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증인 반면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는 바이러스성 감염증이 아니라 일부 세균성 감염증을 보일 때다. 열이 날 때 호흡곤란, 구토, 설사 증세도 함께 보인다면 항생제를 먹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세균에 의한 감염이 확실하지 않고 열이 나는 것 외에 다른 증상이 없다면 항생제가 필요 없다.
감기에 따르는 기침도 무조건 약으로 멈추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기침은 기관지의 이물질을 없애려는 자연적인 생리현상이다.
그러나 잠을 자거나 안정이 필요할 때 이를 방해하거나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강한 기침이 나면 기침을 멈추게 하는 약이 필요하다.
항생제가 필요한 감염증으로는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클라미디아 등이 있다.
백일해는 보통 열이 나지 않고 낮에는 기침이 없는데 밤이 되면 발작적인 기침을 하고 구토가 난다. 마이코플라스마, 클라미디아 감염은 기침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간혹 폐렴으로 기침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항생제가 필요하다.
콧물을 흘릴 때는 일반적으로 항생제가 필요 없다. 맑은 콧물이 흐르다 누렇거나 녹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세균 감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런색으로 줄줄 흐르는 콧물은 부비동염이 급속히 악화될 때 보이는 증상이므로 항생제가 필요하다.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청 항생항암의약품과 과장은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고 하는 부모가 있는데 자칫 치유를 지연시킬 수 있다”며 “항생제를 쓰기 전에 세균 감염에 의한 것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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