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전구 꺼진 자리 LED가 밝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2013년까지 장식 - 산업용만 남기고 퇴출

31일은 에디슨이 백열전구에 불을 밝힌 지 129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백열전구는 ‘빛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오며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하지만 생일을 맞은 백열전구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듯하다. 에너지 효율이 낮아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퇴출 대상이 되면서 이제 시장에서 판매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호주는 내년부터 각기 2012년과 2013년까지 백열전구의 판매를 단계별로 금지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과 일본도 백열전구에 작별을 고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한국도 백열전구를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2000만 개의 백열전구가 유통되는데 이를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면 매년 1022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 백열전구는 전력의 5%만 빛으로 전환하지만 LED는 최대 95%를 빛으로 바꿀 만큼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백열전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것은 아니다. 특수한 목적으로 쓰는 백열전구는 살아남는다. 장식용이 대표적이다. 장식용 조명으로 쓰는 백열전구를 비싼 LED로 교체하면 전체 장식물의 제작비용이 턱없이 높아진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산업용 백열전구도 계속 만들어 팔 수 있다. 이 시장은 규모가 워낙 작아 생산 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하지만 백열전구의 운명은 어차피 ‘시한부’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상빈 한국광기술원 반도체조명팀장은 “특수목적용 백열전구도 LED에 밀려 시장에서 버티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식용 조명이라고 해도 색과 밝기를 쉽게 바꿀 수 있어야 하는 장식물에는 LED가 많이 쓰이고 있다. 올해 도시 곳곳을 밝힌 크리스마스트리에 사용된 조명도 대부분 LED다.

또 반도체인 LED는 초소형으로 만들 수 있고 전기회로와 연동하기 쉽다. 충격과 진동에도 잘 견뎌 자동차나 산업용 기계에 장착하면 전력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오래 쓸 수 있다.

LED는 새로운 활용 분야를 만들기도 한다. 특수한 파장만 내도록 제작한 LED는 농업에 응용된다. 식물은 빛의 파장에 따라 성장이 조절되고 합성하는 물질이 다르다. LED를 사용하면 유용한 영양분을 갖춘 채소를 빨리 자라게 할 수 있다. 실제로 경기 남양주시는 LED를 활용한 10층 빌딩 규모의 ‘수직 농장’을 2010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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