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과학관을 가다]<7>일본 도쿄 파나소닉센터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전시관 속 공부방 “놀면서 원리 익혀요”

《올 10월 일본열도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4명이나 배출돼 들썩였다. 하지만 과학강국 일본도 최근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 수학과 과학을 꺼려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기업이 나섰다. 그 현장인 도쿄 파나소닉센터를 찾았다. 》

○ 놀이 통해 수학-과학 공부

흰 벽에 복잡하게 생긴 도형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바닥에는 세모와 마름모 등 기본적인 도형 조각들이 놓여 있다. 이들을 바닥에 배열해 그림자와 같은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벽의 그림자만 보며 기본 도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이 놀이를 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도형 개념과 공간 감각을 깨치게 된다.

도쿄의 인공섬 오다이바에 있는 파나소닉센터 1층과 3층은 이처럼 놀면서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리수피아(RiSuPia)’다. 이과(理科)의 ‘이’, 수학(數學)의 ‘수’, 광장을 뜻하는 ‘피아’를 합해 만든 이름이다. 제품 위주의 쇼룸이 대부분인 일반 기업 전시관에 비하면 독특한 공간이다.

이 안에 있는 27개 전시물은 모두 파나소닉센터 리수피아팀이 직접 고안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과 수학의 원리를 알기 쉽고 흥미롭게 놀이나 퀴즈 형태로 재구성했다. 대학교수에게 감수도 받았다.

최고 인기 전시물은 ‘퀘스트 라이브러리’. 시작 버튼을 누르자 음식물쓰레기 영상이 나온 다음 ‘무엇의 연료가 만들어질까’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보기는 비행기와 자동차, 난로.

답은 자동차다. 최근 음식물쓰레기를 미생물로 발효시켜 메탄가스를 생산해 이를 자동차 연료로 쓰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센터 기획팀 이노우에 유코(井上祐子) 주사는 “NHK방송에서 제공한 영상과 우리가 개발한 콘텐츠를 결합했다”며 “주말엔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말했다.

○ 동심(童心) 읽어 꾸준한 관람 유도

한 번 왔던 전시관을 다시 찾는 관람객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과학관이나 전시관의 고민이다. 파나소닉센터는 아이들의 선의의 경쟁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리수피아에 온 아이들은 ‘디스커버리 스코프’라고 불리는 휴대정보 기기를 목에 걸고 다닌다. 자기가 체험한 전시물에 이 기기를 대면 상세한 원리 설명과 실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가 바로 나온다.

이노우에 주사는 “개인별 ID카드와 연결된 기기에 자기가 관람한 내용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누가 더 많이 공부했는지 경쟁심이 생긴다”며 “친구보다 덜 공부한 아이는 꼭 이곳을 다시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ID카드에 적힌 비밀번호로 리수피아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집에서도 리수피아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수피아팀이 직접 개인별 맞춤 학습도우미로 나선 셈. 전시물 리뉴얼은 기본이다.

○ 기업의 미래가 곧 과학교육

도쿄 파나소닉센터는 이제 일본 학생들의 단골 수학여행 코스가 됐다. 해마다 전국 800여 개 학교가 방문한다.

입장은 무료. 단 리수피아 3층에서만 300∼500엔을 받는다.

파나소닉 기획홍보부 니시 야스히로(西康弘) 참사는 “입장료 수입은 시설 운영비 정도일 뿐 매출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며 “단기적인 이익보다 파나소닉을 이끌어갈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과학과 수학에 흥미를 잃으면 결국 기술 중심 기업인 파나소닉의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이것만은꼭!│

허공에 손 뻗어 채널 선택

벽 전체에 TV화면이 짠~

지난달 1일 도쿄 파나소닉센터 1층에 ‘라이프 월’이라는 전시물이 처음 공개됐다.

라이프 월은 TV와 액자, 책꽂이, 전화 등이 모두 집 안의 벽과 하나가 된 미래 인테리어다. 손을 허공에 뻗어 채널을 선택하면 벽 전체에 TV 화면이 나오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바로 벽 속의 액자로 올린다. 관람 전에 인터넷(panasonic.co.jp/center/tokyo)으로 예약하면 자기 사진도 직접 라이프 월에 올려 볼 수 있다. 라이프 월은 실제 파나소닉에서 계획하는 첨단 하우스 기술의 하나.

회사 측은 15년 뒤면 라이프 월이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쿄 파나소닉센터는:

개관: 2002년 9월

건물 면적: 1만5788.65m²

전체 전시물: 60점

직원: 150명

연 방문객: 약 50만 명

교통편: 전철 린카이센 국제전시장역, 유리카모메센 아리아케역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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