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5월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2008’에 따르면 2006년을 기준으로 한국 여성의 출산율은 1.2명이었다. 이는 조사 대상 193개국 가운데 벨로루시, 체코, 폴란드,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이렇게 낮아진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 탓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불임부부가 많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보건복지부의 2003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혼 가임 여성의 13.5%인 63만5000명가량이 불임을 겪고 있다. 아이를 낳기 싫어서가 아니라 낳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얘기.
2009년 기축년(己丑年) 새해, 불임 부부의 가장 큰 소원은 아마도 임신과 출산일 것이다. 불임의 원인과 치료법을 청담여성한의원의 맹유숙 원장에게 물었다. 청담여성한의원은 2005년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여성전문 한의원으로, 불임 외에도 자궁질환과 비만, 피부 트러블 등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을 전문진료하고 있다.
○ 한방 치료 후 두 달 만에 임신
“아기가 안 생기니 부부생활 자체가 불안했어요. 수많은 걱정이 밀려왔죠. 몇 년을 실패했었는데 한방 치료 후 두 달 만에 임신에 성공했어요.”
결혼 7년차 주부인 김은정(35) 씨의 말이다. 그녀와 남편은 둘 다 정상이지만 아상하게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김 씨는 가슴앓이만 하던 중 시어머니의 권유로 한의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김 씨의 불임 원인은 자궁 내벽이 얇은 탓이었다.
맹 원장은 “임신은 배란이나 수정에만 국한된 기능적인 문제가 아니다”면서 “신체 전반을 임신하기 적당한 몸으로 만들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맹 원장은 우선 김 씨의 자궁 내벽을 튼튼히 해주고 허한 몸을 보완해 기운을 북돋아주는 한방치료를 행했다. 여기에 골반을 바로잡는 추나 요법을 병행했다.
○ 건강한 자궁 만들기가 핵심
불임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임신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가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무리한 다이어트 등은 매년 불임 비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고도비만이거나 과도하게 마른 여성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비만인 사람들은 내분비계의 순환이 막혀 에스트로겐 등 임신에 필요한 호르몬 작용이 원활하지 않다. 반면 너무 마른 여성은 신체 전반의 기운이 약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방에서는 몸의 기운 전체를 보강해 줌으로써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불임치료의 기본 개념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원인이 매우 다양한 불임의 경우 한방치료가 매우 적절하다는 것이 맹 원장의 의견이다.
○ 복부를 따뜻하게 하고 전신의 기를 보강
한방에서는 불임 치료기간을 대략 3∼6개월로 잡고 침과 한약, 뜸으로 치료한다.
복부에 놓는 침은 뭉친 어혈을 풀어주고 손발에 놓는 침은 자궁과 연결된 부위를 자극해 자궁의 내분비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한약은 신체의 기운을 북돋우고 혈의 순환을 돕는다. 쓰이는 약재는 환자마다 다르다.
맹 원장은 “환자마다 신체의 취약한 부분과 정도가 매우 다른 만큼 사용되는 약재와 양도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임신은 심리적인 안정도 중요하므로 이 부분도 고려해 약재를 쓴다”고 말했다.
또 복부에 뜸을 놓아 따뜻한 기운을 몸 깊이 넣어준다. 원적외선 좌훈 등의 치료도 병행한다. 틀어진 골반, 비뚤어진 척추와 목 부위 경추는 신경의 흐름을 방해해 원활한 호르몬 전달을 막는다. 맹 원장은 “이런 부분을 고려해 불임 치료에 추나 요법을 함께 사용한다”고 밝혔다.
○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 운동법
골반을 비롯한 하체의 기 순환이 활발해지면 자궁과 난소도 건강해진다는 것이 한방에서 불임치료를 바라보는 이치. 이에 따르면 집에서도 간단한 동작을 통해 하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어깨를 뒤로 쭉 펴고 척추를 바로 세워 걸어보자. 유산소 운동의 효과와 함께 삐뚤어진 척추와 경추를 바로잡을 수 있다.
선 자세에서 원을 그리듯 골반을 돌려주는 운동도 좋다. 골반 돌리기는 골반을 유연하게 해 임신은 물론 성생활에도 도움을 준다. 또 양 발바닥을 맞붙인 채 앉아 허리를 숙여 주는 운동은 골반 교정에 좋은 운동이다.
이 외에도 바른 자세로 누워 양손과 양발바닥을 서로 붙인 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해주는 ‘합장·합족 운동’은 골반을 비롯해 임신, 출산과 관련된 근육들을 원활하게 풀어준다.
맹 원장은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면 자궁과 난소의 기능도 활발해진다. 따라서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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