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서재우(14) 군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담배를 배웠다. 친구들이 담배를 건네주며 “한번 피워 보라”고 해서 피우기 시작했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성인 흡연율은 줄어드는 반면 청소년 흡연율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중3 청소년의 흡연율은 2005년 10.3%에서 2007년 12.2%로 늘었다. 2007년 중2 여학생의 흡연율은 6.4%로 성인 여성(19∼64세)의 흡연율(5.5%)보다 높다. 》
中2 여학생 흡연율이 6.4%… 성인여성보다 높아
“담배 피우면…” 폐해 알려 스스로 끊도록 유도해야
○ 12.5세에 처음 담배 접해
흡연 청소년은 12.5세(2006년 기준)에 처음 담배를 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이 처음 담배를 배우는 이유는 다양하다. 담배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또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이성 친구에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살 빼기 위해 피우는 청소년도 있다.
성장기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면 성인보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김열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전문의는 “폐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면 폐 기능이 급속히 나빠지고 성장이 끝난 후에도 평균 수준에 못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폐 기능은 남자의 경우 24세까지, 여자의 경우 18세 정도까지 성장한다.
담배는 뇌기능과 정서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김대진 가톨릭대 의대 성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담배의 일산화탄소는 뇌의 원활한 산소 공급을 막아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 발생률도 높인다”고 말했다.
○ 담배 판매 때 신분증 철저히 확인해야
청소년이 담배를 끊는 것은 성인보다 더 힘들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복잡한 심리적 상황에서 담배를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복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사무총장은 “무턱대고 나쁘다고 하거나 야단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처음 흡연 유혹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고, 이미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왜 피우는지, 어디에서 피우는지 등에 대한 상담을 통해 금연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청소년들에게 “친구들로부터 담배를 권유받을 때 ‘천식이 있어서 못 피운다’ 등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조언했다. 또 담배를 거부하다 따돌림이나 폭력을 당할 것 같으면 부모에게 알리고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두려워 담배를 피우게 되었을 때는 학교생활의 개선 없이는 금연이 불가능하다. 교사는 담배를 권하는 친구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학생 개인을 추궁하기보다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데 힘써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모나 교사가 피해야 할 행동이다. 자녀를 잡고 혼내거나 우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흡연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 누구와 피우는지, 어디에서 피우는지, 왜 피우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원인을 하나씩 없애 나가야 한다.
청소년이 담배에 노출되지 않도록 청소년이 있는 곳에서 흡연을 삼가고 담배 판매점은 신분증을 철저하게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금연 힘들 땐 전문가 상담-치료 받아야
금연은 결국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청소년에게 흡연의 폐해를 알려 스스로 끊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전문의는 “암이 발생하는 데 평균 25년이 걸린다”며 “15세에 흡연을 시작하면 25년 후인 40세에 암에 걸릴 수 있고, 결국 가정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우다 학적부에 기록될 때 취업 등에 걸림돌이 되는 등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니코틴에 중독된 청소년이 담배를 끊는 방법은 성인과 비슷하다.
담배 생각이 나게 하는 자극적 음식은 먹지 말고 식사 후 담배를 피우고 싶어지기 전에 양치질을 한다. 담배 피우고 싶을 때는 찬물을 마신다.
흡연 습관을 버릴 수 있도록 담배를 피우던 장소는 피해 간다. 금단 증상이 심하면 니코틴 패치, 껌 등 보조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김대진 교수는 “금연 약물은 만 18세 이상부터 사용하도록 돼 있어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지만 니코틴 패치, 껌 등은 이용해도 괜찮다”며 “혼자 금연을 실천하기 어렵다면 전문가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 보도록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금연유도 대화 이렇게
“담배 끊어라” 대신 “엄마가 도와줄게”
“학교 가지마” 대신 “금연교실 가보자”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 금연으로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금연을 돕기 위해 자녀의 행동을 규제할 필요가 있을 때는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엄마는 네가 담배를 끊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담배를 끊자. 엄마가 도와줄게”라고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협박보다 부모의 실제 느낌에 대해 대화한다.
“그렇게 담배 피우려면 앞으로 학교에 가지 마”라고 하기보다 “건강을 버릴까 봐 걱정된다.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금연교실에 나가 보자”라고 말한다.
자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표현과 부모가 원하는 행동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무조건 끊어. 알겠어”가 아니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담배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겠지만 담배를 끊어야 해. 당분간 수업을 마치면 바로 집으로 오도록 해라”라고 말한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담배도 하나 제대로 못 끊는 애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겠니. 한심스럽다”라고 하기보다 “담배를 끊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렇지만 네가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정부는 청소년 금연을 돕기 위해 금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5일 금연학교(www.5daysss.co.kr)’는 매월 정기 금연교육 프로그램을 연다. 매일 2시간씩 5일간 진행되며 교육프로그램을 마치면 수료증을 준다.
한국절제협회에서는 5일 금연학교 위탁사업을 전개한다. 전국 5개 지역본부에서 152명의 금연 강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학교 단위의 위탁을 받아 5일 금연학교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제공한다.
각 시도 보건소에서 금연클리닉을 열어 체내 니코틴 수치를 알 수 있는 일산화탄소량 측정을 해준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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