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절개 안해 회복 빨라… 당뇨-고혈압 환자도 OK
프로 골퍼인 박모(47) 씨는 연습 도중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요통 때문에 진통제를 투여한 뒤에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촬영 결과 제4요추와 제5요추 간에 ‘수핵 팽윤’과 ‘급성 섬유륜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마디로 말하면 디스크 초기 증상에 해당되는 것.
그는 안산 튼튼병원 척추센터 박진수 원장과 상담 끝에 피부 절개 없이 회복기간이 빠른 시술로 알려진 감압 신경성형술(또는 경막외강 감압 신경성형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감압 신경성형술은 1.06mm의 주삿바늘을 통해 염증이 있는 척추 부위에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약물을 직접 투여해 통증을 없애는 치료법이다.
박 원장은 “감압 신경성형술은 허리에 부담이 덜하고 상처를 남기지 않으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골프를 많이 치는 박 씨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 10분 이내 시술
척추질환은 척추 조직이 손상됐을 때 생긴 염증이나 흉터 조직이 척추관 내 신경조직을 압박하기 때문에 통증이 주로 생긴다.
감압 신경성형술은 먼저 환자의 꼬리뼈 쪽에 부분마취를 한 상태에서 손상 부위에 바늘을 삽입한다. 방사선 영상장치를 보면서 지름 1.06mm의 특수 카테터를 사용해 △염증을 완화시키는 신경이완제 △척수와 척추관의 유착을 분리해주는 분해효소 △염증 물질이 배출되도록 하는 고농도 식염수 등을 해당 부위에 주입해 염증과 부종을 없애고 흉터를 제거한다.
박 씨는 시술 전 시술 부위에 국소마취를 하고 바로 시술에 들어갔다. 총 시술 시간은 마취시간을 포함해서 10분 이내였다.
박 씨는 시술 직후 걷기 등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드라이버 스윙을 비롯한 모든 골프 동작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는 “시술 후에는 허리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안산 튼튼병원에서 박 씨처럼 감압 신경성형술을 받은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2%인 175명의 환자가 시술 후 통증 없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압 신경성형술은 디스크를 둘러싼 인대가 파열돼서 요통이 심한 급성 섬유륜 파열이나 외부압력으로 인해 디스크가 팽창된 추간판 팽윤증(디스크 초기)이 있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특히 이전에는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은 후에도 요통이 지속되거나 물리치료나 신경차단술로도 통증이 경감되지 않으면 환자가 그냥 참는 수밖에 없었지만 감압 신경성형술이 개발되면서 수술 후의 통증까지 없앨 수 있게 됐다.
박 원장은 “감압 신경성형술은 급성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증 등의 수술 전 통증 관리를 위해서도 시술할 수 있다”며 “척추 수술 후 통증이 계속되는 ‘척추 수술 후 통증증후군’ 환자의 통증을 감소시킬 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피부를 절개하는 수술적인 요법이 아니라 주삿바늘을 이용한 비수술적 요법이어서 고령자나 당뇨병, 고혈압 등 다른 질병으로 수술이 힘든 환자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감압 신경성형술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술 부위나 몸에 감염 질환이 있거나 출혈이 많은 환자는 시술이 어렵고 디스크가 심하게 파열된 경우에는 수술적인 요법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재발 막으려면 허리 관리 필수
시술 후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한 허리 관리이다.
박 씨는 근육강화 운동을 통해 허리를 관리하고 있다. 엎드려 누운 채로 가만히 상체를 들어 올리거나 하체를 들어 올리되 손은 사용하지 않고 허리힘만으로 들어 올린다.
이렇게 꾸준히 해주면 허리 근육이 강화돼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 겨울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몸의 근육이 경직되어 있어 스트레칭 없이 갑작스럽게 움직이면 허리 근육이나 인대가 손상될 수 있다.
운동하기 전에는 항상 유산소운동으로 몸을 덥혀주고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준 뒤 움직이는 것이 좋다.
박 씨처럼 골프를 많이 치는 사람은 체격조건에 맞는 폼으로 스윙하고 허리 근력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해준다.
박 원장은 “체중이 많이 나가고 허리와 복부 근육이 부실한 사람은 무리하게 스윙을 하다가 다시 허리를 다칠 수 있다”면서 “이럴 때는 스윙 폭을 줄이면서 허리 회전을 억제하는 타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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