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간 적 없어… ‘재야고수’ 별칭 무색
檢 “경제학 독학… 글쓰기 많이 연습한듯”
“정부가 달러매수 금지공문” 집에서 올려
유언비어특별수사팀에 1주일만에 잡혀
미국발 경제위기와 지난해 10월 이후 환율 급등을 예측해 누리꾼 사이에서 인기를 끈 인터넷 경제기고가 ‘미네르바’가 검찰에 체포돼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지난해 12월 29일 인터넷에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올린 글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네르바’는 유명 경제학자나 정부 고위관료 이상의 영향력을 누리던 ‘재야의 경제고수’에서 한순간에 범죄혐의자로 추락했다.
▽‘미네르바’는 누구?=‘직업이 없는 30세 남성. 서울 소재 공고와 경기도의 D전문대를 졸업. 경제학은 혼자 책을 통해 공부한 것이 전부.’
검찰이 인터넷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인 ‘미네르바’ 박모 씨의 인적 사항이다. ‘얼굴 없는 경제대통령’이란 별칭을 얻어 온 것에 비춰 보면 너무나 평범한 이력이다.
‘미네르바’는 그동안 누리꾼 사이에서 증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해외체류 경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 씨가 금융기관에 근무하거나 외국 유학을 다녀온 적이 없으며, 출입국 기록 확인 결과 해외에 나간 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대를 졸업한 뒤에는 이동통신 중계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근무했으나 2007년 이후에는 직업 없이 지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씨가 독학으로 경제 공부를 했고,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글 쓰는 것도 연습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 씨는 33m² 남짓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거주해 왔으며, 그동안 인터넷주소(IP) 추적이 어려운 PC방 같은 제3의 장소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줄곧 글을 써왔다고 한다.
▽검찰 수사 1주일 만에 덜미=검찰은 지난해 12월 29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정부가 긴급업무명령 1호로 29일 오후 2시 30분 이후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고 공문을 보냈다”는 글을 올리자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언하거나 정부의 환율정책을 비판했던 이전 글과 달리, 문제가 된 글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어서 인터넷을 통한 악성 유언비어 유포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에 저촉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 씨의 정체가 확인된 것은 수사를 시작한 지 불과 1주일 만이었다. 검찰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운영사인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미네르바’가 회원 가입 때 제출한 신상정보를 확보하고 글을 올린 IP를 추적했다.
그 결과 박 씨의 소재지를 알아냈고 7일 집에서 박 씨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박 씨의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해 박 씨가 그동안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아고라에 올린 글 가운데 상당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아고라에 올린 글은 모두 내가 직접 썼다”고 진술했다. 미네르바를 추종하는 누리꾼들이 똑같은 IP로 올라온 글을 모아놓은 ‘미네르바 글 모음집’에 들어 있는 글은 모두 자신이 썼다는 것.
박 씨에 대한 수사는 평상시 마약, 조직폭력, 도박사건 등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가 맡았다. 이는 마약조직범죄수사부가 지난해 가을 이후 증권가의 사설 정보지 업체 등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유언비어 유포 사범에 대한 특별수사팀을 꾸려 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씨가 지난해 12월 29일에 올린 ‘긴급업무명령 1호’ 글에 대해서만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