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분석… 한때 ‘경제 대통령’ 불려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 ‘미네르바 사태’ 전말

“제2 IMF 온다… 코스피 500 간다” 독설로 유명세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 돌연 절필 선언하기도

“부정확한 데이터로 혹세무민” 비판… 결국 덜미

미네르바는 지난해 하반기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터넷에 등장해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정부 정책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거친 독설과 감상적인 말투, 부정확한 데이터로 대중을 미혹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정부에 대한 결정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미네르바는 금융위기가 임박했던 지난해 7월경 다음 ‘아고라’ 광장에 처음 등장했다.

그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써 가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세계경제의 모순 등을 막힘없이 설명해 누리꾼들의 호응을 받았다. 또 해박한 경제지식을 과시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일부 현상과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나름대로 예측했다.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는 칭호까지 얻은 그의 글은 조회 수가 10만 회를 넘기도 했다.

그는 “하반기에 물가가 오르니 생필품을 미리 사둬라”, “제2의 IMF가 온다”는 식의 단정적이고 지극히 냉소적인 어투를 즐겨 썼다. 또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코스피의 저점은 500”이라는 충격적 전망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처럼 그의 글들이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로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미네르바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인터넷에는 “미네르바가 살해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그러자 그는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며 돌연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아고라에서는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미네르바 필명 쓰기’ 운동까지 벌어져 지금까지 그의 필명으로 작성된 글은 500개를 넘는다. ‘미네르바’라는 이름의 글이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짝퉁 미네르바’를 경계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정부 당국은 미네르바의 주장에 대해 “논평할 가치도 없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그의 인기가 예상 밖으로 치솟으면서 속앓이를 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사이버 논객이 이렇게 오랫동안 절대적인 추앙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위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전형이라는 것.

한 경제 전문가는 “그의 글을 읽어 보면 경제이론에 어긋나는 부분이 자주 보여, 있는 그대로 믿기 힘든 구석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스타로 떠오른 것은 위기 국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정부의 경제정책을 향한 불신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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