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최근 새로 도입하는 슈퍼컴퓨터 3호기에 영국 기상청의 '통합수치예보모델'(Unified Model)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내년 1월 시범 운영을 해본 뒤 본격 가동하고 현재 세계 9위인 예보 역량을 2012년까지 6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상청이 현재 사용 중인 예보모델은 1998년 도입한 일본식으로 전 지구적인 기상 현상 예측에 한계에 있어 잦은 오보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었다. 기상청이 새로 도입할 영국 기상청의 '통합수치예보모델'은 지구적 모델과 국지적 모델이 통합된 방식으로 세계 2위의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 영국 기상청의 '통합수치예보모델'은 한반도 날씨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한국 기상청과 영국 기상청의 지난 주말 날씨 예보를 비교해 보았다. 영국 기상청(www.metoffice.gov.uk)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날씨 정보를 제공한다.
● 영국 기상청도 기온 예측 정확, 기상 악화 예측 못 해
영국과 한국 기상청의 16,17,18일 주말 날씨 예보(15일 서울 지역 예보 기준)를 비교한 결과, 영국 기상청은 한국 기상청에 비해 최저, 최고 기온은 비교적 정확히 예측했으나 눈, 비 예상량은 한국 기상청과 비슷했다.
<표: 한국 영국 기상청 주말 날씨 예보 비교 참조>
주말의 실제 최저, 최고 기온은 각각 -4.8~0.4도(16일), -5.9~3.1도(17일), 0.1~6.1도(18일)이었다. 이와 관련, 한국 기상청은 -4~3도(16일), -3~5도(17일), -2~5도(18일)로 예보했고 영국 기상청은 -7~4도(16일), -5~3도(17일), -1~6도(18일)로 예보했다. 16일을 제외하고는 영국 기상청의 예보가 실제 기온에 가까웠다.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던 16일은 한국 기상청이 1㎝안팎의 적설량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5.1㎝나 내려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영국 기상청도 '눈 조금(Light snow)'이라고 예보했을 뿐 갑작스런 기상 악화는 예측하지 못했다.
● "통합수치예보모델 현지화 과정 거쳐야"
기상청은 영국의 '통합수치예보모델' 도입 효과에 대해 "지구 전체와 특정 지역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므로 집중호우·태풍·황사 등 기상 악화에 대한 예측 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16일 서쪽 기압골이 갑작스럽게 발달해 예상보다 눈이 많이 내렸지만 영국 기상청도 예측이 빗나가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반도는 협소한 지역이므로 '통합수치예보모델'에 입력할 국지적인 관측 자료가 정확하고 예보 기술 개발이 계속되어야 새로운 모델의 도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의 선진 모델을 도입한다고 해서 날씨 예보가 저절로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
이동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영국 기상청은 영국 외 지역은 해상도가 낮은 위성사진을 쓰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 "영국식 모델이 한국에도 적용되려면 정확한 관측 자료와 예보 기술 축적을 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수치예보 모델이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은 계산 과정의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의미일 뿐"이라면서 "이번 폭설 같은 경우는 관측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시시각각 기상 변화를 신속하게 예보할 수 있도록 민간 예보를 허용하는 등 경쟁 체제 도입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