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상상하기만 하면 로봇개발 영감 샘솟아”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7분


콜린 앵글 아이로봇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개발한 청소로봇 룸바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아이로봇
콜린 앵글 아이로봇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개발한 청소로봇 룸바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아이로봇
“멋진 물건 만들어 재미있게 세상 바꾸고 싶어

직원들에게 1년에 2주씩 ‘아이디어 휴가’ 제공”

청소로봇 ‘룸바’ 만든 아이로봇 CEO 앵글 씨

1980년대 중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로드니 브룩스 교수의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몽골제국 황제 칭기즈칸의 이름을 딴 ‘젱기스’라는 작은 로봇이 탄생했다. 몸체 길이 35cm, 무게 1kg에 불과한 이 로봇은 다리 6개로 움직였다.

슈퍼컴퓨터가 아닌 작은 마이크로 칩을 이용해 이런 로봇을 만든 것은 당시로선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젱기스를 탄생시킨 브룩스 교수와 당시 학생이었던 콜린 앵글, 헬렌 그라이너 세 사람은 몇 년이 지나 1990년 ‘아이로봇’이라는 로봇 전문 업체를 창업했다.

본보는 이달 13일 한국을 방문한 콜린 앵글 아이로봇 최고경영자(CEO)와 단독인터뷰를 했다.

앵글 CEO는 “아이로봇은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기능을 실용적으로 넣을지에 항상 집중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로봇의 성장사를 간략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이로봇은 창업 이후 화성탐사 로봇 ‘소저너’와 군사용 로봇 ‘팩봇’을 내놔 유명해졌다.

2002년에는 바닥 청소 로봇인 ‘룸바’를 개발해 서비스 로봇의 상품화에 성공했으며, 현재 연간 3억 달러(약 408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앵글 CEO는 “전 세계에 300만 대가 팔려나간 청소 로봇 룸바가 로봇에 대한 일반인들의 환상을 없앴다”면서 “단순한 청소 로봇도 하나의 ‘로봇’으로 인식하게 하는 큰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1960년대 만화 ‘젯슨스’에 등장하는 가정부 로봇 ‘로지’(사진) 같은 로봇을 갖기를 원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바닥을 청소하는 로봇, 설거지를 하는 로봇 등으로 각각 나뉘어 실현될 것입니다. 그게 현실적이죠.”

그는 “앞으로는 집 안의 대장 로봇에게 명령만 하면 각각의 기능을 가진 로봇들이 각자 맡은 일을 알아서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을 즐겁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앵글 CEO는 현재 가상 방문 로봇인 ‘커넥터’를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로봇은 스스로 움직이면서 화상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로봇이죠. 미국에 있는 딸에게 커넥터를 통해 전화를 걸면 함께 집 안을 돌아다니며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건 기존의 화상전화와는 완전히 다른 능동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그는 “이런 커넥터 로봇을 실용화할 수 있는 환경은 광대역 통신망이 잘 발달한 한국에 가장 잘 갖춰져 있다”며 “SK텔레콤, LG텔레콤 등 한국 이동통신 업체와 로봇 개발을 상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앵글 CEO가 로봇에 손을 댄 것은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을 상상해 실제로 만들어 내는 일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아이로봇의 목표도 ‘멋진 물건을 만들어, 재미있게, 세상을 바꾸자’로 정했다.

이를 위해 앵글 CEO는 직원들에게 1년에 2주씩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고 한다. 청소 로봇 룸바와 지붕 청소 로봇 루지, 커뮤니케이션 로봇 커넥터 등도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는 로봇 개발의 영감을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그냥 미래를 상상하기만 하면 된다. 생활이 어떻게 변화할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편리하게 만들어 줄까를 생각해 보면 아이디어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