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도배, 밀가루풀로 여름에 하면 좋아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집안 유해환경 관리 어떻게

결혼 6년차 주부 김연희(34) 씨는 단독주택에 살다가 지난해 아파트로 이사 왔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해 여러모로 편리했다. 부엌에서 일하며 거실에서 노는 아이들을 돌보기 쉬웠고 겨울철 웃풍이 없어서 좋았다.

그러나 아파트로 이사 온 후 첫째 아이의 천식이 심해지고 둘째 아이는 몸이 가렵다며 여기저기 긁는 증상이 나타났다.

“음식을 바꿔 먹인 것도 아니고 운동을 안 시킨 것도 아닌데 이사 온 후 아이 건강이 나빠졌어요. 저도 가끔 머리가 띵하고 메스꺼워요.”

아파트를 찬찬히 둘러본 김 씨는 실내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루 종일 환기 한 번 안 시키고 블라인드도 잘 걷지 않았다. 새로 장만한 가구와 전자제품에서는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김 씨는 조금씩 집안 환경을 바꿔 나가기로 했다. 최근 ‘집이 우리를 죽인다’를 출간한 주부 겸 환경전문가 허정림 씨의 도움말로 공간별 유해환경 대처법을 알아봤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PVC 비닐벽지는 제조과정에서 합성화학물질이 많이 들어간다. 염색을 많이 한 벽지일수록 화학물질 농도는 강해진다. 벽지를 바를 때 쓰는 접착제에도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들어 있다.

덜 화려하더라도 종이벽지를 밀가루풀로 도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환기가 중요하므로 도배는 여름철에 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이나 부직포 블라인드도 실내공기를 오염시킨다.

플라스틱 블라인드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를 공기 중에 방출한다. 부직포는 각종 섬유를 엉키게 짠 것으로 먼지가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성질이 있다.

플라스틱이나 부직포 재질보다 천으로 만든 커튼이 낫다. 커튼은 자주 물세탁을 할 수 있는 천연섬유로, 화려한 색상과 무늬가 없는 것을 고른다.

소파는 만들 때 염료, 광택제, 접착제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생활가구에 비해 유기화합물 방출량이 많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가구 악취와 관련된 소비자 신고 중에서 소파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나무처럼 천연 목재로 만든 소파가 가장 안전하다. 요즘 많이 팔리는 ‘원목가구’는 나무톱밥을 접착제로 섞어 만든 것이어서 건강에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구는 벽에서 약간 떼어 놓아야 통풍이 잘된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은 20개가 넘는다. 전자레인지, 헤어드라이어, TV의 전자파 방출량이 특히 높은 편. 전자레인지는 예열 상태일 때 나오는 전자파도 상당하므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꼭 플러그를 뽑아둔다.

TV는 뒷면에서 전자파가 더 많이 나오므로 TV가 놓인 곳의 벽 너머로 침대나 책상을 두지 않는다.

가정에서 가장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곳은 주방, 그중에서도 가스레인지이다. 푸르스름한 불꽃을 내며 가스가 연소될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웬만큼 환기해도 빠지지 않는다.

가스를 켜는 순간 가장 많은 일산화탄소가 나오므로 켜기 전 미리 창문을 열어둔다. 메인밸브를 끝까지 열지 말고 절반이나 3분의 2만 열고 사용한다.

허정림 씨는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독소를 제거하려면 자주 환기를 시키고 공기를 정화하는 ‘에코 플랜트’를 기르면 좋다”며 “하루 3회, 30분씩 환기를 시키고, 식물은 주방에 일산화탄소 제거 기능이 있는 스킨답서스를 놓는 식으로 실내 공간별로 배치하면 좋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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