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형 인간]‘귀차니스트’를 깨워라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열정-끈기 부족한 아이 ‘선공부 후놀이’ 규칙 효과

앞쪽 뇌는 인간을 뛰어나게 하는 기능을 가득 담고 있는 보물 창고다. 그 보물 중의 하나가 ‘동기센터’다. 동기센터가 손상되면 답답한 상황이 발생한다.

잠까지 줄여가며 열심히 일하던 60대 남성이 몇 년 사이에 사람이 바뀌었다. 예전과 달리 만사를 귀찮아하고 혼자 내버려 두면 하루 종일 잠만 잔다. 깨어 있을 때는 TV만 본다. 먼저 말을 꺼내는 법이 없고 말을 시키더라도 ‘예’ ‘아니요’ 같은 짧은 문장으로 답한다. 운동하는 것을 싫어하고 억지로 시키면 신경질을 낸다.

이 남성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보니 앞쪽 뇌의 작은 혈관이 막힌 혈관성치매로 진단됐다. 이 환자의 이야기는 앞쪽 뇌에 위치한 동기센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강한 열정, 강한 동기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많은 학생과 제자들을 관찰해본 결과 의욕과 열정은 뇌 용량의 크고 작음, 머리의 좋고 나쁨을 뛰어넘는다. 어떤 사람에게 강한 의지가 있다면 그는 이미 똑똑한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의 동기센터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우선 아이에게 여러 놀이를 시켜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관찰한다.

그리고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니” “무엇을 할 때 가장 신나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찾으면 실컷 누리게 한다. 인생은 재미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 다음 ‘선공부 후놀이’ 규칙을 적용한다. 하기 싫은 일이나 끈기를 요하는 공부를 먼저 하면 실컷 놀 수 있게 보장해 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공부하는 양이 늘어난다.

먹고 마시고 놀고 싶은 마음, 이성을 사귀고 싶은 마음, 좋은 경치를 보며 여행하고 싶은 마음만큼 순수하고 강력한 에너지도 없다.

그 에너지는 뇌의 안쪽 감정센터인 편도체를 출발해 앞쪽 뇌의 동기센터로 가는데, 아주 강력한 통로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부모는 놀이공원이나 여행에 대한 계획을 충동적으로 세우지 말고 몇 주 전에 세우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숙제와 밀린 일을 하게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동기가 강하고 끈기 있게 일을 처리하는 아이가 된다.

반면 어릴 적부터 영어, 속셈, 수영, 음악 학원을 너무 바쁘게 다니느라 노는 시간이 없다면 아이는 인생이 재미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공부와 학원은 지겹다’는 생각이 각인되면 동기뇌는 갈수록 쇠퇴한다. 남보다 빨리 공부와 학원을 시작하므로 잠시 앞설지는 모르나 인생의 마라톤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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