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재윤]인터넷산업 질적 도약을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7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보급률 80%를 달성했다고 한다. 1980년대 TDX 개발로 시작된 30여 년의 정보혁명 노력이 이룬 결실이다. 사실 세계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인터넷에 주목해 왔다. 높은 보급률, 이용자의 역동성 때문에 한국은 미래 인터넷의 좋은 테스트베드로 불리곤 했다. 미국의 시사지 포천은 치즈나 와인 하면 프랑스가 떠오르듯 앞으로 초고속인터넷 하면 한국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터넷산업이 제대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걱정의 소리가 많다.

보급률에서는 앞섰지만 정말로 인터넷의 미래를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한동안 우리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세계에 없는 기발한 서비스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역동성의 대부분을 잃어버렸고, 심지어는 우리끼리의 만족에 머물러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사생활 침해나 부정확한 정보의 유통과 같은 역기능에 대한 비판도 높다.

한국 인터넷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인터넷의 질적 경쟁력 향상과 미래 인터넷 환경에 대응한 리더십 확보,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우선은 질적인 측면이다. 흔히 우리는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우리의 정보 바다는 가벼운 정보, 부정확한 정보, 눈을 자극하는 정보 일색이다. 구글이 도서관을 디지털화하고, 위성지도로 환경문제 등을 어젠다로 만들어 내고 있을 때 우리는 자극적이고 지엽적이며 감정적인 소통에 매달려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위키피디아에는 볼 만한 지식이 많은 반면 우리는 생활정보만 넘쳐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인터넷이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진지한 지식이 생산, 유통, 활용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의 질적 경쟁력을 담보하는 또 다른 조건은 자정 기능이다. 그저 쏟아내는 장으로서의 인터넷이 아니라 자정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개인의 사생활, 콘텐츠의 불법 유통은 새삼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무심결에 퍼 나르는 정보도 문제다. 개인의 창의성이나 노력이 위축되고,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정 메커니즘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이겠지만 사회 차원의 대응도 필요하다. 어린이들에 대한 인터넷의 예절 교육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이 미래 인터넷 패러다임에서의 리더십 이슈이다. 현재 인터넷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문자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위성지도 서비스가 휴대전화에 들어오고 있고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교통, 예매 등도 가능해지고 있다. 인터넷이 소통과 놀이를 넘어 생활이나 생산의 도구로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기술(IT)기기,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IT 산업의 발전은 물론 소비자들의 생활 등 사회전반의 변화를 만들게 된다. 정보의 양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폭발이 일어날 것이고, 정보에 대한 개념도 바뀔 수 있다. 아마도 수년 후에는 사람이 만든 정보보다도 사물이 만든 정보가 많아질 것이다. 생물처럼 빠르게 진화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우리의 준비는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도 변하는 환경에서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보급률, 분명 값진 결과이지만 이에 우리가 만족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잊혀져가는 선두가 아닌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틀과 안주를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정당하게 평가되고, 감정보다는 합리와 이성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변신할 때 인터넷은 비로소 진정한 소통과 생활의 장이 될 것이며, 사회 문제를 푸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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