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학회 통합학술회도 잇따라
올해 국내 생물학계의 눈은 최대 규모의 두 학회에 쏠려 있다. 회원 수 4000여 명의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와 2000여 명의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가 통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박영인(고려대 교수) 회장은 최근 “두 학회의 통합추진위원회가 지난달 통합학회의 명칭을 ‘생화학분자생물학회’로 결정했다”며 “내년 통합학회의 공식 출범이 목표”라고 밝혔다.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원은 주로 의대 소속의 기초의학자다.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원은 자연대 소속의 생물학자가 대부분이다. 두 학회 회원들은 모두 건강과 관련된 인체의 생리작용 규명이 목적이기 때문에 사실 연구 내용이 비슷하다.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주대명(가톨릭대 교수) 학회지편집위원장은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회원의 약 80%가 통합에 찬성했다”며 “의학과 기초과학 간 경계가 점점 없어지는 최근의 연구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 등록된 과학 분야 학회는 총 320개. 등록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군소 학회까지 치면 5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학회가 이처럼 난립한 것은 과학 발전으로 연구영역이 세분화된 이유도 있지만 운영진이나 전문가들의 이해관계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환경과학 분야 학회의 회장을 지낸 한 과학자는 “군소학회 난립의 가장 큰 이유는 과학자들의 감투욕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학회가 늘어야 회장이나 이사 등 ‘감투’ 자리가 많아진다는 것.
과학계에서는 유사 학회가 통합되면 재정이나 연구내용이 훨씬 견실해지고, 국제 과학계에서 위상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비슷한 학회끼리 연합 학술대회를 열거나 공동 학술지를 발간하는 등 통합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과총에 따르면 올해 총 34개의 학회가 다른 유사 학회와 공동 학술지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세부 분야별 고유성이 떨어지고 큰 학회로 통합되면서 학술적 자존심을 잃을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