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 뇌가 손상된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간단한 실험을 한다.
검사자가 책상을 한 번 두드리면 환자는 두 번 두드리게 한다(1-2). 검사자가 두 번 두드리면 환자는 한 번 두드리게 한다(2-1).
환자가 첫 번째 규칙을 습득한 것을 확인한 후 두 번째 규칙을 제시한다.
검사자가 한 번 두드리면 여전히 두 번 두드리라고 하고(1-2), 검사자가 두 번 두드리면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2-0).
앞쪽뇌가 약간 손상된 사람은 1-2, 2-1 정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두 번째 규칙(1-2, 2-0)을 반복해서 가르쳐줘도 첫 번째 규칙인 1-2, 2-1을 계속한다.
이것은 기억력 문제가 아니다. 인지전환, 즉 사고전환이 안 되는 것이다.
앞쪽뇌가 아주 심하게 손상된 환자는 아예 첫 번째 규칙부터 습득하지 못하고 1에 1(1-1), 2에는 2(2-2)로 대응한다. 검사자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이런 실험을 토대로 학자들은 새로운 생각, 엉뚱한 발상, 기발한 아이디어,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틀 깨기, 사고 뒤집기는 앞쪽뇌가 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두엽 중에서도 앞쪽 부분을 전전두엽이라고 한다. 전전두엽을 앞에서 보면 가운데면, 바깥면, 아랫면의 3개면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바깥면에 사고전환 기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손상되면 유머감각과 독창성이 없어지고 융통성이 없는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어떻게 하면 앞쪽 뇌의 바깥면을 발달시켜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독창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가 믿어온 진리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천동설을 믿던 시대에 지동설을 생각한 것처럼 말이다.
또한 연구자라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역발상을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은 창문을 통해 날아온 곰팡이가 페트리 접시에 배양하던 세균을 죽인 현상을 간과하지 않고 페니실린을 발견해 노벨상을 탔다. 3M의 한 연구원은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고 했으나 실패해서 접착력이 약한 불량품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포스트잇’을 발명했다.
독창적인 사람은 엉뚱해 보일 수 있다. 따돌림이나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천재나 독창적인 사람이 일반인보다 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회는 생각이 기발하고 엉뚱한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하거나 튀는 사람을 따돌리지 말고 장려하면서 획일성이나 흑백논리 같은 이분법을 지양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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