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임…’선 바이러스 유출로 인류가 망한다는데…

  • 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병원체 새지 않게 기압으로 조절 가능”

26일 인류 멸망을 다룬 영화 ‘블레임: 인류멸망2011’이 개봉됐다. 이 영화는 2011년 일본의 한 도시에서 발생한 ‘블레임 바이러스’가 일본을 거쳐 세계로 전파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질병 전문가들은 “2011년이라는 배경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적 상상”이라며 “현재 보유한 첨단 기술로도 전염병은 쉽게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기압 낮춰 오염된 공기 새지 않아

바이러스나 세균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기 쉬워 감염된 환자를 격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에서는 환자의 병상 주위와 천장에 지퍼로 여닫는 문이 달린 비닐막을 둘렀다. 하지만 진찰이나 치료를 위해 사람이 들락거리다 보면 병원체도 밖으로 유출되기 마련이다.

다행히 현실은 조악한 비닐막 병상 대신 ‘음압격리병상’이라는 첨단 병실을 사용한다.

음압격리병상은 항상 외부보다 압력이 낮게 유지된다. 의료진이 출입하기 위해 문을 열어도 바람은 밖에서 안으로만 분다. 내부 공기는 압축해 고온으로 태운 뒤 밖으로 배출한다. 단백질로 이뤄진 병원체는 높은 온도에서 파괴된다.

음압격리병상은 최근 문을 연 전북대병원 외에도 국립목포병원, 국립의료원, 국군수도병원 등에서 이미 운용 중이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팀장은 “2009년 말까지 격리병상 400여 곳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 우주복 못지않은 개인보호구

현실에서는 병원체 관리도 철저하다. 성원근 국립보건연구원 생물안전평가팀장은 “병원체에 따라 ‘생물안전등급(BL)’에 맞는 실험실에서 연구한다”며 “영화처럼 의료진이나 백신을 개발하려는 연구원이 감염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의 생물안전등급은 1∼4등급으로 나뉘며 숫자가 높을수록 위험한 병원체를 다룰 수 있다. 감기나 홍역은 2등급, 조류인플루엔자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은 3등급, 에볼라 바이러스는 4등급이다.

실험실마다 병원체와 연구원을 격리하는 방법도 다르다. 2등급 실험실에서는 방진마스크와 장갑 정도를 착용하면 되지만 3등급부터는 음압격리병상처럼 외부보다 낮은 압력으로 유지되는 실험실에 개인보호구를 입고 들어가야 한다. 보호구는 외부의 공기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는다.

4등급 실험실에서는 우주복처럼 완벽하게 밀폐된 보호구를 입는다. 호흡하는 공기도 외부에서 공급해 보호구 내부 압력을 실험실보다 높인다. 보호구에 틈이 있더라도 실험실 공기의 병원체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성 팀장은 “4등급 실험실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국내에는 현재 2, 3등급 실험실이 있다”며 “안전도는 4등급 못지않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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