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은 미국 인구의 3% 정도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은 미국인 중 유대인은 27%를 차지한다.
어떤 요소가 작용하는 것일까. 케네스 하일만 플로리다주립대 신경과 교수는 그 이유를 토론의 힘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토론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란다.
토론은 앞쪽 뇌를 강하게 활성화한다. 토론을 하는 동안 앞쪽 뇌는 끊임없이 뒤쪽 뇌에 저장된 과거의 정보, 지식, 경험을 탐색한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이를 편집하고 종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남을 반박하거나, 찬성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토론을 할 때 남의 의견을 듣는 동시에 즉각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하므로 엄청난 단기기억(작업기억)이 필요하다. 이 단기기억도 앞쪽 뇌가 담당한다.
자기 생각을 발표할 때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을 구성하는 기능 역시 앞쪽 뇌의 몫이다. 발표할 때는 감정을 억제하고 차분하게 말해야 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곳도 앞쪽 뇌다.
해외 학술대회에서 연사가 발표하고 나면 순식간에 5명 정도가 질문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줄을 서는 장면을 흔히 목격한다.
미국 의대 강의 시간도 비슷하다. 학생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교수는 바짝 긴장한다. 국내의 경우 강의 시간에 거의 질문이 나오지 않아서 교수가 억지로 질문을 유도해야 한다.
한국인의 목소리가 서양인에 비해 10∼20dB 낮다고 보고한 논문이 여러 편 있다. 물론 체구가 작아서 그럴 가능성이 있으나 체구가 작은 서양 사람들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웅얼거림 없이 발표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서양 중고교 교사가 많이 쓰는 말 중 하나는 “더 크게 말하라(speak up)”인 반면 우리나라 교사가 많이 하는 말은 “조용히 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런 환경이 작은 목소리나 웅얼거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제 토론을 생활화해야 한다. 토론하는 가정, 학교, 기업, 국가에 속한 사람들의 앞쪽 뇌는 발달하고, 이로 인해 삶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토론하는 환경은 모든 모임에 확산돼야 한다.
우선 학교에서 토론하는 기법을 가르쳐야 한다.
토론의 목적이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라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토론하는 동안 약간 얼굴을 붉힐 정도로 감정이 상했다 하더라도 토론은 어디까지나 토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토론이 끝나면 바로 친구가 돼야 한다. 토론 중 나온 의견을 그 사람의 인격이나 본질로 생각해서 토론이 끝난 후에도 원수가 되는 환경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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