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세이]철새-어민 공생의 길 찾자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매주 수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는 본보 환경면에 환경 전문가의 에세이가 실립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실생활과 관련된 환경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드릴 것입니다. 집필은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이사, 양인목 ㈜에코시안 지속가능경영연구소 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가 번갈아 맡습니다.》

겨울철새를 만나러 지난달 경남 창녕군 우포늪과 창원시 주남저수지를 다녀왔다. 우포늪은 낙동강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있는 국내 최대의 자연 늪지다. 1997년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이듬해 국제습지조약에 따른 국제적인 보존습지가 됐다.

우포늪에서는 개화 시기가 아니라서 매혹적인 가시연꽃을 볼 수 없었다. 아쉽게도 철새마저 적었다. 그 대신 눈에 들어온 것은 늪에 떠 있는 조각배와 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우포늪에서는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재래식 방법으로 고기를 잡고 있다. 한겨울엔 장대로 쉬엄쉬엄 배를 저어가다 늪 가장자리에서 발로 배를 툭툭 찬다. 그러면 그 소리에 놀란 물고기가 개흙 속으로 들어간다.

어부는 ‘가래’라는 소쿠리를 이용해 고기가 숨은 곳을 누르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어 가래 속에 갇힌 물고기를 건져 올린다. 그물을 쓰지 않는 고기잡이 방식은 철새의 먹이인 물고기를 인간이 싹쓸이하지 않고 철새와 서로 나눠 먹자는 선조의 배려가 담긴 것이다.

가창오리 떼와 떼 지어 날아다니는 겨울철새의 광경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주남저수지로 향했다. 그런데 철새가 많지 않아 적잖이 실망했다.

지난해 말 주남저수지에는 가창오리 떼가 5만 마리 이상 날아왔다. 그러나 올해 초 주민들이 어로활동을 시작하면서 새들이 떠났다.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관리사무소에 철새를 위해서 주민의 어로활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주민의 생업을 어떻게 아무 보상도 없이 제한하겠느냐는 답변이 왔다.

환경부는 오래전부터 철새 때문에 농경지의 수확이 줄거나 철새 먹이를 위해 수확을 하지 않아 손해 보는 부분을 보상하는 생물다양성관리계약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농경지에만 해당된다. 철새보호를 위해 이 지역 어업이 제한될 경우에 주민들은 보상 받을 수 없다.

철새 때문에 물고기를 잡을 수 없어 손해를 보면 주민들은 철새를 미워할 수 있다. 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가 철새의 낙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이 철새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정부 차원의 주민 배려가 절실하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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