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냐”며 말을 걸어온 친구는 “부탁 한 가지만 하자”고 운을 뗐다. 이윽고 “나, 지금 송금해 줄 곳이 있어서 그러는데 보안 카드를 안 가지고 나와서 대신 해주면 안 될 까. 오늘 안으로 입금해 줄게”라고 말했다. 워낙 절친한 친구의 부탁이기에 정 씨는 흔쾌히 동의했고, 상대방은 모 은행 계좌로 294만원을 입금해 달라고 했다. 정 씨는 온라인 송금 직전, 다시금 정확한 액수를 확인하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깜짝 놀랐다. 친구는 “무슨 소리냐”며 “우리 회사에서는 인터넷 메신저 접속을 막아놓았기 때문에 메신저에 들어갈 수도 없다”고 한 것. 말로만 듣던 ‘메신저 피싱’을 당할 뻔한 것이다. 정 씨는 메신저 상대방에게 “너 누구냐?”며 물었으나 상대는 아무 말 없이 ‘로그 아웃’을 해 버렸다.
정 씨는 “말투도 친구의 평소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아 깜빡 속았다”며 “범인이 평소 대화 내용을 해킹해서 본 것이 아닌 가 의심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를 도용해 친구인 것처럼 가장해 접근한 뒤에 돈을 받아 가로채는 ‘메신저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메신저 상에서는 상대방을 음성 등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이들이 “대신 송금해 달라”, “급전이 필요하다” 며 돈을 가로채고 있는 것. 지난달에도 메신저 피싱을 이용해 도박자금 1000여만 원을 송금 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메신저 업체는 ‘계좌’ 같은 단어를 치면 ‘지인을 사칭하면서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전 요구 시 전화를 통해 반드시 대화 상대를 확인하십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하지만 모든 업체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금전거래사기는 서버의 위치를 찾기 힘들고, 대포통장이나 인터넷 뱅킹으로 현금인출 시 검거가 힘들기 때문에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금융거래는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통해서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12일 인터넷 범죄에 대한 대응 요령을 담은 ‘정보보호 생활가이드’를 발간하고 메신저 피싱 예방수책을 밝혔다.
이 책에 따르면 △공동 사용하는 컴퓨터는 ‘자동 로그인’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메신저를 통하여 파일을 전송 받거나 모르는 웹 사이트에 접속하는 경우 수락하지 않고 △피싱 이메일이나 사기성 이벤트 등에 현혹되어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메신저 대화내용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있으므로 암호화 기능을 사용하고 △자리를 잠깐 비우는 경우 메신저 잠금 기능을 사용하고 △비밀번호는 추측이 어렵게 만들고 자주 변경하고 △메신저는 최신 버전으로 항상 업데이트 해야 한다.
만약 사기를 당했을 경우에는 사기일 경우 관계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연락처는 다음과 같다.
상담·신고 : 한국정보보호진흥원 ☎ (02)405-5114, http://www.kisa.or.kr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 ☎ 1336, http://www.1336.or.kr
금융감독원 ☎ (02) 3786-8576, http://minwon.fss.or.kr
거래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기관
범죄신고 :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 (02)3939-112, http://www.netan.go.kr (개인정보 도용)
경찰청 ☎ 1379, http://www.police.go.kr (피싱 사기)
검찰청 ☎ 1301, http://www.spo.go.kr (피싱 사기)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