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를 끼면서부터 안구건조가 심해졌어요. 라식수술 후 안구건조가 더 악화돼 하루 종일 인공눈물을 달고 살았죠.”
정보통신업체에 근무하는 여성 윤모 씨(29)의 얘기다. 윤 씨는 공기가 조금만 건조해도 눈이 뻑뻑해지고 사물이 어른거리며 흐릿하게 보였다. 심할 때면 눈을 감아도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수시로 인공눈물을 넣고 안약도 사용했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특히 저녁이 되면 증상이 심해져 야근도 힘들었다.
올해 초 경기가 나빠지면서 윤 씨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다. 업무 처리가 빠르지 않고 근무태도도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최근 윤 씨처럼 심각한 안구건조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콘택트렌즈 착용이나 라식수술 후 부작용, 장시간 컴퓨터 사용 등이 원인이다.
폐경기 여성들에게도 안구건조가 흔하다. 폐경이 되면 눈물샘과 안구표면의 염증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미국 폐경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폐경 여성의 60% 이상이 안구건조에 시달린다고 한다.
안구건조는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눈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윤활유로서의 눈물’이 부족할 때 생긴다.
오염물질이나 콘택트렌즈에 의해 각막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으면 안구표면이 손상되고 염증을 일으킨다. 이때 발생한 염증이 심해지면 눈물샘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눈물의 양과 질을 떨어뜨려 안구건조가 발생한다.
안구건조는 보통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뻑뻑하거나 시린 느낌으로 시작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눈이 자주 충혈되고 끈적끈적한 눈곱이 생긴다. 드물게는 윤 씨처럼 오히려 눈물이 많이 나오기도 한다. 방치하면 각막염이나 각막궤양 등으로 발전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 초기에는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 뻑뻑함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눈물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뿐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또 인공눈물을 남용할 경우 함유된 방부제가 오히려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근 인공눈물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 소개돼 주목받고 있다. 안구건조의 근본 원인인 안구표면의 염증을 치료하는 레스타시스다. 사이클로스포린 성분이 0.05% 함유된 레스타시스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앨러간이 2002년 개발한 세계에서 유일한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실리아이센터가 미국굴절교정학회지(JR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라식수술 후 사이클로스포린을 꾸준히 눈에 넣은 환자들이 인공눈물을 넣은 환자들보다 정상시력(1.0)을 회복하는 비율이 높고 회복속도도 빨랐다.
라식수술 3개월 후 사이클로스포린을 넣은 환자들의 81.6%가 정상시력을 회복한 반면 인공눈물을 점안한 환자들의 회복비율은 69.4%에 그쳤다.
강남 밝은세상안과 김진국 원장은 “라식수술이나 폐경으로 인한 안구건조증은 만성질환으로 진행되면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는 만큼 초기에 적절한 치료제로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레스타시스는 하루 12시간 간격으로 2회 점안하며 1개월 이상 꾸준히 사용하면 눈물의 분비량이 늘고 이물감 등의 증상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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