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 뇌가 손상된 환자들은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주위 물체를 만지거나 TV나 네온사인 같은 현란한 번쩍거림에 이끌려 다니고, 길거리에서 물건을 주워온다. 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은 뚝 떨어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진 사람일까’와 같은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며 자신이 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더 심해지면 자신의 위생관리에도 관심이 떨어져 목욕도 하지 않고 속옷도 잘 갈아입지 않게 된다. ‘자기성찰’ 기능이 앞쪽 뇌에 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미국의 한 연구는 자기성찰 기능이 앞쪽 뇌에 있음을 증명했다.
화면에 ‘친절하다’ ‘수다스럽다’와 같은 형용사를 비춰주고 한 번은 그 형용사가 자신과 관련이 있는지를 평가하게 했고, 또 한 번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자기성찰을 할 때는 앞쪽 뇌가, 타인에 대한 평가를 할 때는 뒤쪽 뇌가 활성화됐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허황된 길을 가지 않는다. 스스로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자기다움’을 잘 가꾼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겸손한 사람이 된다. 자기를 성찰하는 사람만큼 향기로운 사람은 없다. 뛰어나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려면 철저하게 자신의 능력을 관찰하고 자신의 성격과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자신이 어떤 영화나 책에 이끌리는지, 영화나 책의 어떤 내용에 공감을 하는지를 관찰할 때 자신을 알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감정이 상하거나 자존심이 상할 때 그 이유를 마음 깊은 곳에서 찾는다면 나를 아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에니어그램’이나 ‘MBTI’ 같은 성격유형검사도 자신을 아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자기를 아는 더없이 좋은 방법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남을 헐뜯고 따돌리고 편을 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얼마나 부정적인지 모른다.
자기 전에 오늘 만난 사람 열 명을 솔직하게 평가해 보자. 열 명 중 아홉 명에 대한 평가가 이래서 나쁘고 저래서 나쁘다면 당신은 90%만큼 부정적인 사람이다. 당신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일이 꼬여간다.
반대로 열 명 중 아홉 명에 대한 평가가 이 사람은 이래서 좋고 저 사람은 저래서 좋다면 당신은 90%만큼 긍정적인 사람이다. 긍정적이기 때문에 일이 술술 풀려간다. 남을 헐뜯고 따돌리고 편을 가르는 성향은 학력이 높고 지적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덜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뛰어난 리더들이 자기성찰을 하여 앞쪽 뇌를 더 활성화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빛날까?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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