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명료한 미니게임 열광
이용자 지루함 없애고
접속시간 늘려 충성도 쑥쑥
“1시간보다 더 설레는 10분!”
직장인 이상현 씨(30)가 최근 즐겨 하는 게임은 ‘도전! 낚시의 제왕’. 이 게임에 대한 정보는 온·오프라인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유령 게임일까. 아니다. 다만 다중접속 온라인 게임(MMORPG) ‘텐비’에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이 게임을 만날 수 있다.
‘도전! 낚시의 제왕’은 텐비 안에 들어있는 미니게임 즉, 게임 속 게임 중 하나로 1시간 본게임 후 10분간 즐기는 형태다. 이 씨는 판타지 마을을 배경으로 종족을 기르다가도 1시간이 되면 으레 오른쪽 상단의 낚시 게임 메뉴를 누른다. 게임 법칙은 간단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물고기를 낚기만 하면 된다. 이 씨는 “게임 규칙과 그래픽 등이 쉽고 단순해 본게임보다 더 즐겨 한다”고 말했다.
텐비를 서비스하는 온라인 게임업체 ‘네오위즈’는 지난달 게임 사이트 개편 소식을 전하며 게임 속 미니게임 신설 소식을 앞세웠다. 이 중 ‘도전! 낚시의 제왕’은 본게임 1시간 후 10분마다 할 수 있는 미니게임으로 매시간 모집 정원 100명이 단 1, 2초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본게임보다 더 재미난 미니게임 시대, ‘본말전도’ 같은 게임 속 ‘미끼’에 게임 이용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본말전도 마케팅?
게임 속 게임은 대체로 ‘진지한 본게임 속 단순한 게임’이라는 공식을 갖고 있다. 본게임의 경우 제작 기간만 1∼2년 정도인 것에 반해 미니게임은 한두 달 안에 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풍선 터뜨리기, 가위바위보 등 단순한 게임이 대부분이며 주로 심오한 세계관, 복잡한 줄거리를 가진 다중접속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어 왔다.
미니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에서부터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회사는 10년 전 ‘미니경주게임’을 시작으로 현재 리니지 1편과 2편을 합쳐 9개의 미니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본게임 속 괴물들을 처치하는 ‘크라데큐브’, 마을 속 미로 뚫기 게임인 ‘유령의 집’ 등 본게임 내 캐릭터와 배경을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게임업체 ‘그라비티’의 대표 게임인 ‘라그나로크’ 역시 게임 속 괴물들이 벌이는 경주 게임, 미로 찾기 게임인 ‘터보 트랙’, ‘주사위 게임’ 등 6개의 미니게임을 서비스한다. 그라비티 게임운영부 강신희 부서장은 “이용자는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게임업체는 이용자들의 접속 시간을 늘리며 본게임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미니게임은 게임 속 캐릭터를 알리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한게임’의 ‘테일즈 런너’의 경우 캐주얼 레이싱 게임임에도 ‘삐에로 구출작전’, ‘펭귄을 막아라’ 등 각종 캐릭터를 이용한 미니게임들이 있다. 비디오 게임 역시 마찬가지. 닌텐도 DS용 게임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마리오, 루이지, 쿠파 등의 캐릭터를 이용한 카드게임, 퍼즐게임 등 특유의 ‘아기자기함’을 강조한 18개의 미니게임을 선보였다.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맞춤형’ 미니게임도 있다. 온라인 게임업체 YNK는 대표작 ‘로한’의 전체 이용자 중 30대 이상 남성이 55%인 것에 착안해 이들이 좋아하는 낚시, 보드게임 위주로 미니게임을 만들었다.
○ 단순·반복·즉각… 디지털 문화의 또 다른 변종
게임 속 게임은 △초보자가 바로 할 수 있을 정도의 단순함 △기승전결 없는 반복성 △승패를 바로 알 수 있는 즉각성 등이 특징이다. 본게임과 비교하면 2인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일본 캐주얼 골프 게임 ‘팡야’는 ‘게임하다 지친 자들이여, 내게로 오라’라는 광고 카피를 통해 ‘세컨드 게임’ 이미지를 자처했지만 본게임 못지않게 인기를 얻었다.
이렇다 보니 수십 가지의 미니게임만 모아 놓은 닌텐도의 ‘마리오 파티’처럼 본게임에 종속되지 않고 그 자체로 독립해 인기를 얻기도 한다. 특히 즉각성, 반복성을 강조하는 디지털 문화 코드와 맞물리며 MP3플레이어나 휴대전화 등을 통해 일상화될 정도. 네오위즈 게임사업팀 윤주홍 팀장은 “‘대작’ 게임이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 게임을 즐기는 것조차 스트레스가 됐다”며 “미니게임의 인기는 디지털 시대 스트레스를 푸는 또 하나의 방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가 모두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2006년 한 온라인 게임업체가 카드게임(일명 ‘바카라’)을 미니게임으로 서비스를 하자 사행성이 짙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고 결국 서비스 개시 한 달 만에 미니게임을 없앴다. 한국게임학회 부회장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조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야 본게임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