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이소연, 그 후 1년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7일 동아 뉴스스테이션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한지 꼭 1년이 됐습니다. 지난해 4월 8일 이소연 씨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러시아 유인 우주선 소유즈 호를 타고 우주로 떠난 뒤 귀환했습니다.
(김현수 앵커) 지난 5일 북한의 로켓 발사로 한국의 우주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궁금하시죠? 동아사이언스 이현경 기자가 이소연 씨를 만났습니다. 함께 보시죠.
=====================================
(이현경 기자) 우주인 배출 1년을 맞았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이소연) 저는 1년 지나간 게 실감이 안돼요. 갔다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또 어떤 때는 갔다 왔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예요. '정말 갔다 왔나?' TV에서 제가 막 날아다니는 게 가끔 나와도 우주인 이소연은 저기에 있고, 저는 그냥 계속 한국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저 여자 우주 갔다 왔네?' 이런 생각 들 때도 있고 참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것 같아요. 일단은 삶이 많이 바뀌었고… 근데 감사한건 어쨌든 흔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됐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또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은 것 같고… 이런 게 참 감사하죠.
(이 기자)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바뀌었나요? 지구인 이소연과 우주인 이소연이 뭐가 가장 다를까요?
(이소연) 예전에 비해서 무슨 행동을 할 때나 하다못해 그냥 친구랑 밥을 먹으러 갈 때조차도 그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좀 더 길어졌어요.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걸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돼서 그 점은 조금 많이 불편할 때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세수도 안한 얼굴에 모자 푹 눌러쓰고 밥 먹으러 나갔다가 초등학생을 만나거나 사진찍자고 하거나 이럴 때 되게 곤란할 때가 있거든요. '아! 이건이제 옛날의 내 삶이 아니구나' 이런 생각 들 때 있어요.
(이 기자) 직접 우주인이 되고 실제로 우주인으로 활동을 해보니까 '우주인이 되려면 이런 조건을 갖추는 게 정말 좋겠다' 이렇게 피부로 느끼는 게 있으면 소개를 해주세요.
(이소연) 저도 아직 갖추지 못한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러시아에서 훈련 받고 여러 나라 우주인들을 만나보면서 '아, 내가 아직 멀었구나. 내가 이 점에서 좀 더 노력해야 되고 이점에서 좀더 노력해야 되겠구나' 하는 것들이 사실 있어요. 정말 겸손해져야 된다는 거, 왜냐하면 우주로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구라는 거대한 행성에서 사람이란 정말 나약하고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거든요. 그 겸손함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저도 아직도 그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사고나 갑작스런 일에도 대처가 가능한 것 같아요.
(이 기자) 마지막으로 올해 우주인으로서 활동계획 좀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이소연) 작년과 마찬가지로 워낙 우주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그분들의 기대도 어느 정도 충족을 해야 되기 때문에 현재도 아주 많은 강연 일정을 소화 해야만 하고, 또 어떤 땐 피곤하기도 하지만 어떤 땐 보람도 있어요.
심지어 어떤 때는 차에 내려서 일어서가 힘이 들 정도로 피곤할 때가 있거든요, 근데 한번도 그런 걸 겪어본 적이 없었는데 우주인도 되고나서 그 느낌을 처음 받아봤어요. 아 내가 이 차에서 내려서 일어서 걸을 수 있을까. 그런데 또 강연장에 들어서서 학생들이 쳐다보는 눈빛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다니면서 설명하고 말 걸고 이러고 있어요. 제가 저부터도 좀 창피해요. 아까까지는 죽겠다더니 어느새 또 살아나가지고… 그러고 또 차타면 다시 또 이렇게 하고. 그런 에너지는 저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저만 드리는 게 아니라.
그리고 이제 우주실험이 계속 되리라고 믿어요, 저는. 지금은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계속되면 더 나은 실험을 위해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갔다 온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까 그분들에게 조언을 한다거나 아니면 해봤더니 이렇습니다. 내가 만약 갖고 가서 해본다면 이 점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연구자로서의 역할도 최선을 다 해야 된다고 보고요.
또 이제 원하건 원치 않았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까 그 위치에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홍보나 아니면 어려운 여건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분들을 응원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나 그다음에 과학 기술 쪽에 꿈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꿈을 펼치기 위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어른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아서 이제 그런 걸 하고 싶은데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구체적으로 할지는 지금부터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