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손질환 증상과 치료법
“팔베개 해준 손이 안펴져” 요골신경마비 → 흡연-음주땐 악화
“손가락이 굽었어요” 망치수지 손상 → 방치하면 2차변형 위험
○ 손으로 집거나 쥐기 힘들어요…손목터널증후군
어떤 기계든 너무 오래 많이 쓰면 이상이 생기듯 손도 무리하게 사용하면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손 질환이 바로 손목터널 증후군이다. 손목 중간 부위에는 엄지, 둘째, 셋째 손가락의 감각을 지배하는 정중신경과 다른 힘줄들이 함께 지나간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반복적으로 손목을 사용하면 힘줄이 붓거나 손목 터널 자체가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생기는 질환이다.
증상 초기에는 약간 저릴 뿐 일상생활에 크게 부담이 없지만 장기간 방치할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엄지 뿌리근육이 약해져 집거나 쥐는 기능이 떨어진다. 바이올린 연주가, 이발사, 운전기사, 장시간 컴퓨터 사용자 등 직업적으로 손가락과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중년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특별히 알려진 원인은 없다. 여성이 남성보다 5배 정도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에 심하게 저려서 잠을 깨고 손을 주무르거나 손목을 털어주면 나아진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에는 약물치료처럼 비수술요법으로 호전될 수 있으나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되면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끊어주거나 뼈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 손가락이 굽었어요…망치수지 손상
공에 손가락을 맞은 후 손가락 끝이 굽어 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를 ‘망치수지’라고 한다. 손가락 끝마디를 펴는 힘줄이 뼈에 붙는 부위에서 파열된 것이다.
단순히 손가락이 삔 것으로 생각하고 늦게 병원에 오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구부리는 힘줄이 지속적으로 끝마디를 구부리는 힘을 가하므로 펴는 힘줄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점점 구부러진 정도가 심해진다. 뼈를 물고 떨어지기도 하고 힘줄만 끊어지기도 한다. 뼈 조각이 큰 경우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고 힘줄이 끊어진 경우는 부목으로 치료한다. 수개월 이상의 오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가 늦을수록 치료결과가 좋지 않으므로 병원을 빨리 찾는 것이 좋다. 망치수지 손상 이후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2차 변형이 생길 수 있다. 끝마디가 앞으로 구부러지고 손가락 가운데 관절이 뒤쪽으로 굽는 백조목 손가락변형이 생겼을 경우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 팔베개를 해준 손이 펴지지 않아요…요골신경 마비
술 마신 다음 날 일어나보니 손목이 아래로 처지고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 마비가 있는 환자가 종종 있다.
손목과 손을 펴는 근육을 지배하는 ‘요골 신경’이 마비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음주로 몸을 제대로 못 가눠 상 모서리 등에 팔을 누른 채 잠이 들거나, 신랑이 신부에게 팔베개를 해준 상태에서 잠을 잘 때 생길 수 있어 흔히 ‘토요일 밤의 마비’ ‘신혼여행 마비’라고도 불린다. 소파의 등받이에 팔을 얹고 자는 경우에도 요골신경 마비가 오기 쉽고 수술실에서 쓰는 지혈대를 일정시간 이상 오래 사용하거나 긴 목발을 겨드랑이에 끼운 채 사용하다가 생긴 마비도 여기에 속한다.
갑작스럽게 마비가 생기면 당황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몇 개월안에 저절로 회복된다. 그러나 눌린 시간과 압력에 따른 신경 손상의 정도, 눌린 위치, 건강상태 등에 따라 회복속도가 다르다. 1, 2개월 내에 회복되기도 하고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힘줄이나 근육이 짧아지거나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반대쪽 손으로 마비가 온 손과 손가락을 편 후 주먹을 쥐는 연습을 한다. 신경이 회복되기 전까지 흡연과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회복 이후에도 가급적 술은 줄이는 것이 좋다.
○ 손을 자주 물에 담그면 생겨요…습진
습진은 손에 가장 많이 생긴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에게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부 습진이라고도 불린다. 물, 세제, 비누 등에 장기간 접촉할 경우 손 피부의 보호막인 지방 막이 없어지면서 발생하는 직업병이다. 주부나 음식점, 수산업 종사자에게 잘 생긴다. 피부 내로 여러 가지 물질이 침투하면 알레르기 반응이나 자극 반응에 의해 피부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엄지, 집게, 가운데 손가락 등 잘 쓰는 손가락 끝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꺼칠꺼칠하게 되며 벗겨진다. 가려움증이 있고 금이 생기기도 한다. 더 심하면 지문이 없어져 피부가 반들반들해지고 손톱 모양도 변한다. 손가락, 손가락 사이, 손등에 생기고 손바닥으로 번져나가기도 한다.
손 습진을 방지하려면 손이 물, 세제, 양념 음식물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귀찮더라도 면장갑과 고무장갑을 착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물에 젖은 손은 말끔히 닦고 핸드크림을 발라 피부의 지방막을 보호해야 한다.
손 습진이 생겼다면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최소한 발병 후 2주일 동안은 물과 자극을 멀리해야 한다. 손이 붓고 가렵거나 진물이 나는 염증이 있다면 응급처치로 차가운 우유로 찜질하는 방법이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 처방을 받아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부위에 바르거나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다.
(도움말=김진호 예손병원 수부센터 원장, 선승훈 힘찬병원 수부클리닉 과장, 이상주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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