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내시경점막하박리법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마취도 메스도 NO!… 1시간 잠든새 대장암 혹덩어리를 쏙∼

《평소 건강에 자신 있었던 회사원 이장원 씨(52·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과음한 다음 날 맵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탈 한 번 나지 않았다. 이 씨는 최근 친한 친구로부터 대장내시경검사 도중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물혹)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이 돼서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검진 차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이 씨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지정한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대항병원 대장암센터의 육의곤 박사를 찾았다. 육 박사는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대장암 수술을 많이 했다.》

사흘이면 퇴원… 장 절제안해 바로 일반식사-정상생활

○ 물혹 2개…대장암 진단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무 증상이 없던 이 씨의 직장에서 4cm, 1.8cm 크기의 물혹 2개가 발견된 것. 더 놀라운 것은 물혹들을 조직검사한 결과 악성 대장암이었다.

대장암 초기에는 암의 크기가 작아서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암 덩어리가 커질수록 변이 통과하는 것을 막아 변비가 생기고 출혈 증상이 생긴다. 이 씨는 초기 대장암이었다. 예상치도 못한 암 진단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 이 씨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불안해하는 이 씨에게 육 박사는 “10년 전만 해도 초기 대장암은 15cm 이상 배를 절개하는 개복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요즘은 외과적 수술 없이 특수내시경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 1시간 이내 조기대장암 절제

육 박사는 조기대장암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대장암을 절제하는 내시경점막하박리법(ESD)을 권했다.

ESD는 항문을 통해 대장 내시경을 삽입하고 내시경이 암이 있는 곳에 도달하면 암 주위로 약물을 먼저 주사한 후 내시경용 칼을 이용해 암을 절제하는 것이다. 이 씨는 육 박사로부터 큰 문제없이 암을 제거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

이틀 후 이 씨는 조기대장암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암 수술인데도 준비는 의외로 간단했다. 전날 일반 대장내시경검사 준비와 마찬가지로 장만 깨끗이 비우고 온 것. 병원에 도착해서도 수면내시경 검사와 동일한 수순을 밟았다.

전신 마취 없이 수면상태에서 수술이 이루어졌다. 마취도, 외과적인 수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과 흉터가 없었다.

대장암 치료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 남짓. 이 씨는 회복실에서 잠이 깬 후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수술 이틀 후 일반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대장암 덩어리를 떼어낸 장벽에 출혈이나 천공 합병증이 없는지 검사를 받고 퇴원까지 걸린 기간은 3일. 진단, 수술, 퇴원이 원스톱 시스템으로 편안하게 진행됐다. 이 씨는 “몸 안의 암 덩어리가 간단한 처치로 잘라져 나갔다는 말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육 박사는 “ESD의 장점은 대장을 잘라내지 않고 기능을 보존해 배변 장애가 없어 퇴원 후 바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단기간의 입원으로 시간과 비용도 절약된다”고 말했다.

ESD는 조기대장암에 대한 치료내시경이기도 하지만 암의 침범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진단내시경이기도 하다. ESD를 통해서 암의 침범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만약 대장 점막을 3등분해서 암의 침범이 3분의 2 이상 됐을 때는 ESD만으로 암을 치료할 수 없어 추가적으로 개복수술을 할 수 있다.

○ 육류 위주의 식생활 피해야

기존 대장내시경 검사에서는 조기대장암 확률이 높은 2cm 이상 물혹의 경우 장을 절제하는 외과수술이 불가피했다. 기존 내시경을 통해 올가미로 몰혹을 잡아 올릴 때 물혹 중심 부위 아래층이 함께 죄어져 올라오면서 대장에 구멍이 뚫리기 때문이다. 또 물혹 모양이 넓게 퍼져 올가미가 올바르게 죄어졌는지 보기가 힘들고 조각조각 찢어서 절개할 경우 암세포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ESD는 물혹 밑에 약물을 주입해 물혹과 장 점막을 미리 분리시키고 내시경을 통해 삽입할 수 있는 메스로 물혹 주위를 조심스럽게 떼어내므로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육 박사는 “ESD는 의사의 숙련도가 치료성과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며 “암 덩어리를 박리하다가 잘못해서 근육층까지 손상됐을 때는 큰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술법은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항병원 대장암센터가 지금까지 약 300건 이상 시술했다.

이 씨는 앞으로 1년에 1회 정도 정기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으면 된다. 그는 “칼로 배를 열고 암을 잘라내는 대대적인 수술을 받지 않아서 그런지 대장암에 걸렸었다는 사실조차 믿기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대장에 좋지 않은 육류 위주의 식생활은 절대로 피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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