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약품 판매금지 보류
약국 대체약 찾느라 부산
병원 ‘판금약’ 처방하기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석면 탤크 우려 의약품에 대한 판매중지 및 회수조치를 내린지 하루 만에 판매금지 품목 수에 대한 혼선이 일고 있어 일선 진료 및 조제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일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이 처방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1071개 품목에 대해 9일자로 건강보험 적용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식약청이 즉시 판매금지 처분을 내린 1111개 품목(판매금지 품목 1122개 중 30일 유예 품목 11개 제외)보다 40개가 적은 것. 40개 품목에는 ‘구주오플록사신정’(구주제약) ‘원탁정300mg’(휴온스) ‘판티콘에프정’(삼천당제약) 등이 포함됐다.
○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 수 혼선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은 석면에 오염된 원료약품 탤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 의약품 가운데 40개는 식약청의 허가서류 상에 탤크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누락된 40개 의약품은 석면 오염 탤크가 섞여 있다고 제약사가 밝혔지만, 이에 앞서 제약사가 품목허가 서류를 낼 때는 탤크 이용 내용이 없었던 제품들”이라고 해명했다. 제약사는 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려면 원료, 효능·효과, 용법·용량 등을 기재한 ‘의약품제조판매품목허가신청서’를 식약청에 제출해야 한다. 식약청은 이번에 원료가 어느 제약사 어느 품목으로 공급되는지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실사해 1122개 품목을 가려냈다. 그런데 제약사가 당초 탤크를 기재하지 않은 허가서류를 냈기 때문에 이처럼 차이가 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유무영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장은 “식약청이 심평원으로 판매금지 약품 목록을 보낼 때는 허가서류를 기반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40개 품목을 일단 빼고 보냈다”며 “40개 품목의 허가서류에 탤크 사용 내용이 없는 것은 제약사가 탤크를 쓰지 않다가 쓰기 시작했는데 제조과정 상 변동사항을 신고하지 않았거나 삭약청에 탤크 사용 제품 목록을 작성해 보내면서 해당 품목이 아닌 다른 품목을 적어 넣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을 급히 조사해 발표하느라 제약사에서 보내온 목록을 허가서류 상 목록과 일일이 대조하지 못했다”며 “제약사에서 제조기록서를 받아 40개 중 실제 탤크를 사용한 제품이 무엇인지 확인한 후 의약품 명단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약청이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 실사 과정에서 허가서류와 비교조차 하지 않았으며, 의약품 허가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 대체약품 없는데도 유예 적용 안 돼
병의원과 약국, 환자들은 부정확한 약품 목록과 유예기간도 없이 실시된 판매금지 처분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신촌의 한 약국 관계자는 “어제 판매금지 목록을 받고 우리 약국에 어떤 약들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다”며 “아침부터 ‘내가 먹는 약이 석면약이냐’는 질문이 쏟아지는데 그 때마다 목록 보면서 확인해 주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손인자 서울대병원 약제부장은 “거의 밤을 새우며 어떤 약품을 쓰고 있고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며 “유예 기간도 안 주고 1000개가 넘는 약품을 쓰지 말라고 하니 일선 현장에서 너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미처 판매금지 약품을 인지하지 못해 처방전에 포함시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소재 약국 관계자는 “오늘 오전 손님이 가져온 처방전을 보니 판매금지 약품 이름이 있었다”며 “병원에 연락해 동일 성분의 대체 약품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또 대체 의약품이 없는데도 30일 판매금지 유예를 받지 못한 약품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에서 사용 중인 3개 약품이 대체약이 없는데도 30일 유예 품목으로 분류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병원 관계자는 “디스토마 치료제인 ‘디스토시드정’(신풍제약), 최면진정제인 ‘하나페노바르비탈정’(하나제약), 저칼륨혈증치료제 ‘케이콘틴서방정’(한국파마) 3종은 대체의약품이 없다”며 “이들 약품에 대해 30일 유예기간을 적용해줄 것을 식약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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