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체불명의 가려움, 발진 해결법은?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6분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에 효과적인 혈액정화시스템… 만성 알레르기 피부가려움, 발진에도 효과

“이유 없이 가렵고 벌레에 물린 것처럼 발진이 생겼는데 동네 피부과나 큰 병원을 가도 뚜렷한 원인이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김모(56·여) 씨는 6년 전부터 특별한 원인 없이 피부가 가렵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팔 안쪽만 그랬던 것이 최근엔 허벅지 등 온몸으로 퍼졌다. 발진이 난 부위도 딱지가 생기거나 딱딱해졌다. 사람들 앞에 팔을 내놓기가 창피해 평소에 긴소매 옷에 장갑까지 끼고 다닌다.

봄철에 외출하고 돌아오면 갑자기 몸이 가렵고 발진이 나기도 한다. 꽃가루나 매연, 각종 공해물질로 유발되는 알레르기 때문이다. 김 씨처럼 만성 알레르기는 직접적인 원인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

최근 혈액치료가 이러한 만성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결과가 보고돼 주목받고 있다.

○ 면역력이 떨어져 발생할 수도

알레르기는 ‘과민반응’이라는 뜻. ‘allos(변형된 것)’란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다.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것은 알레르겐이라는 항원이다. 전형적인 알레르겐은 꽃가루, 약물, 식물성 섬유, 세균, 음식물, 염색약, 화학물질 등이다. 이런 항원이 몸에 들어오면 면역체계에서 이것을 파괴하고 방어하려는 면역단백질인 항체가 생성된다.

항원과 항체가 만났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면역반응이라 한다. 항체인 면역단백질이 오히려 정상세포들을 공격하거나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 씨의 사례도 면역반응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하나다.

혈액치료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 닥터최 바디라인 클리닉의 최윤정 원장은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거나 항원들이 과도하게 침투했을 경우에 발생하는데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바이러스, 면역단백질 걸러내 원천적으로 원인 제거

염증이나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이나 항체는 혈장에 들어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혈액정화시스템은 ‘멤브레인’이란 이름의 필터를 이용해 혈장에 있는 면역단백질이나 각종 바이러스, 독소를 걸러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혈장 속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까지 걸러내기 때문에 고지혈증, 심혈관계 질환, 뇌혈관계 질환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 원장은 “혈액정화시스템으로 치료하던 중 만성 알레르기 증상이 치료되는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김 씨와 같은 증상뿐만 아니라 다른 알레르기 증상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정화시스템은 ‘노인성 황반변성’(일명 노안)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해마다 학회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망막의 끝부분에 있는 황변에 지질, 단백질 등이 누적돼 시각을 떨어뜨리는 질환.

이 시스템은 2003년 미국수혈과학(TAS) 학회지에 발표된 바 있으며, 레티나 투데이 등 미국 의학 잡지에도 소개됐다. 지난해에는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는 증상에도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는데, 이는 혈액 속에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저밀도 콜레스테롤) 등이 걸러져 제거되면서 혈액순환이 좋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신경이나 청각신경에 있는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이 잘되면서 시력과 청력이 좋아진다는 원리.

최 원장은 “일본, 독일 등에서는 혈액정화 치료를 질병치료 외에도 질병예방과 노화방지에도 적용하기 위해 활발하게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 1회용 필터 사용, 감염위험 없는 치료

혈액정화 치료에 사용되는 필터는 1회용으로 독일이나 일본의 의료기기 회사에서 수입한다. 혈액에 있는 미세한 바이러스까지 거를 정도로 촘촘하게 만든 첨단 기기로 필터 자체의 가격이 높다.

유럽 등에선 아직 1개의 필터를 이용하는 시스템. 이때 필터는 주로 혈장과 혈구의 분리용으로 사용되는데, 분리된 혈장은 버리고 바이러스나 질병 유발 인자들이 없는 타인의 혈장을 수혈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최 원장은 “본원에서 시술하는 혈액정화시스템은 최신 의료기로 2개의 필터를 이용해 혈장까지 거르는 방법”이라면서 “더 안전하고 깨끗한 혈장을 만들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의 혈액정화시스템은 필터를 포함해 시술에 사용되는 다수의 기구들이 1회용이다. 자신의 혈액을 필터를 거쳐 다시 몸속으로 넣는 시술이므로 2차 감염의 위험이 없어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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