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의 영원한 고전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7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1966년 미국에서 처음 방송된 ‘스타트렉’ TV 시리즈의 전편에 해당한다. 주인공 커크 선장과 스폭 박사를 비롯한 우주 함선 엔터프라이즈호에 탄 영웅 7인이 처음 만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거 스타트렉엔 SF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첨단 기술들이 등장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워프, 원하는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순간이동, 모든 것을 암흑 속으로 빨아들이는 엄청난 파괴력의 블랙홀 등…. 첫 전파를 탄 지 43년 만에 이 영화의 과학적 상상력은 현실과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광속여행 우주지름길 이용땐 이론상 가능 길이 304m, 높이 71m, 폭 141m인 엔터프라이즈호. 1등 항해사 술루는 함장의 명령 한마디에 거대한 몸집의 함선을 빛보다 빠른 속도로 토성까지 날아가게 한다. 우리은하의 지름은 1018 km. 이 광활한 공간을 몇 초 만에 이동하는 일이 가능할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강궁원 선도연구팀장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법은 두 가지다. 웜홀을 이용하거나 워프 기술을 사용하는 것. 웜홀은 우주공간에서 일종의 지름길에 해당한다. 지구에서 안드로메다은하까지 여행한다고 하자. 인간이 만든 비행체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은 태양 탐사위성인 ‘헬리오스2’다. 속도는 초속 70km. 태양계를 벗어나는 데만 4년 반, 안드로메다은하까지는 90억 년이 걸린다. 만일 지구와 안드로메다은하를 연결하는 웜홀이 있다면 수년 만에 갈 수 있다. 스티븐 호킹 같은 물리학자들은 우주에 웜홀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발견된 적은 없다. 워프 기술은 어떨까. 엔터프라이즈호는 우주공간을 접어서 긴 거리를 한순간에 날아간다. 홍길동이 축지법을 쓰는 것과 유사하다. 강 박사는 “이론적으로는 웜홀이나 워프가 가능하지만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령 웜홀이나 워프를 이용하려면 빛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야 하는데 엔터프라이즈호를 빛 속도의 절반까지 가속하려면 함선 질량의 80배가 넘는 연료를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반입자로 이뤄진 반물질을 연료로 쓰면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주장도 한편에선 나온다.
순간이동 현재론 사람 전송에 3억 년 걸려 벌컨 우주인과 지구인 사이에 태어난 스폭. 그는 벌컨 행성이 멸망 위기에 놓이자 부모를 구출하기 위해 엔터프라이즈호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컨 행성으로 내려간다. ‘트랜스포터’라는 순간이동장치를 이용한 것. 정말 순간이동이 가능할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순간이동을 실현하는 이른바 ‘양자원격전송’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1997년 오스트리아의 안톤 차일링거 교수는 세계 최초로 광자를 전송하고 복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올해 1월 미국 메릴랜드대 양자연구소 크리스 먼로 박사는 원자 하나를 1m 거리로 원격 전송하는 데 성공해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사람을 이동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김재완 교수는 “양자원격전송을 하려면 ‘양자 쌍둥이’를 만들어야 한다”며 “광자나 원자처럼 간단한 입자는 ‘쌍둥이’를 만드는 일이 쉬운 편이지만 사람은 아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람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의 정보를 정확히 읽어야 순간이동을 시킬 수 있지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이것도 불가능하다. 영화에서도 이를 보안하기 위해 ‘하이젠베르크 보정장치’를 내세우지만 상상의 산물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송해야 할 정보량도 어마어마하다. 김 교수는 “몸무게 100kg인 한 사람의 정보를 전송하는 데만 3억 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 기간에 사람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라이코더 과다출혈 막는 검진기 개발중 커크 선장은 엔터프라이즈호에 탑승하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의사가 커크를 일부러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뒤 환자를 돌본다는 명분으로 그를 탑승시킨다. 그런데 부작용으로 커크의 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맥코이는 휴대전화 크기의 검진기 ‘트라이코더’를 꺼내 커크의 몸 이곳저곳을 검사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트라이코더를 흉내 낸 소형 검진기가 개발되고 있다. 워싱턴대 로런스 크럼 박사는 초음파를 이용해 장기의 병든 조직을 태울 수 있는 수술용 검진기를,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혈액을 응고시켜 과다출혈을 막는 군용 검진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어떤 대상의 한 성질을 정밀하게 측정할수록 정보 자체는 부정확해진다는 원리.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순간이동하기 위해 사람의 정보(원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읽을수록 측정오차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