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군 간동면 용호리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김영환 씨(50)는 최근 한 달여 동안 밤마다 승합차 안에서 불침번을 섰다. 그동안 수차례 양계장 습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김 씨를 불안하게 만든 장본인은 2007년 9월 화천읍의 한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사진)이다. 주민 피해는 김 씨뿐이 아니다. 이곳 용화산 줄기에 나타나 양봉장의 꿀을 먹어치웠다. 곰이 나타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은 봄나물 채취철을 맞아서도 산행을 자제해야만 했다. 또 외지인들을 위해 반달가슴곰 출몰 지역임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이 반달가슴곰의 운명이 이달 말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원주지방환경청과 화천군,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등이 대책회의를 갖고 이달 말까지 생포하지 못할 경우 사살 작전을 병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계기관은 여러 차례 곰 생포 작전을 펼쳤지만 곰이 나무를 할퀸 흔적과 발자국을 찾아낸 것이 고작이다. 이동 경로로 추정되는 곳에 덫을 설치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곰을 사살하기로 결정하자 주민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곰이 여러 차례 포위망을 피해 다니는 영리함을 보여 사살 작전도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반달가슴곰은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나 농가에서 사육되는 반달가슴곰은 외래 잡종으로 천연기념물과는 상관이 없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