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섬환경 적응 탓… 인류와 조상 같을수도”
영화 ‘반지의 제왕’에는 절대반지를 없애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소인(小人)들이 나온다. ‘호빗’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키가 작은 걸 제외하고는 사람과 매우 비슷하다.
과거 지구에도 호빗 같은 난쟁이 인류가 존재했다.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화석이 발견된 ‘호모 플로레시엔스’다. 이 난쟁이 인류가 현생 인류인 우리와 사촌인지 전혀 다른 종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두 논문이 과학학술지 ‘네이처’ 7일자에 나란히 실렸다.
융거스 교수는 “이런 특징은 호모 플로레시엔스가 ‘호모 에렉투스’ 이전의 원시인류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호모 에렉투스는 약 170만 년 전부터 살았던 현생 인류의 조상이다. 결국 난쟁이 인류는 현생 인류와 다른 종이라는 주장이다.
웨스턴 박사는 “뇌는 생물의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장기 중 하나”라며 “섬 하마가 고립된 환경에 적응하려고 몸을 줄이는 과정에서 뇌도 같이 작아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호모 플로레시엔스도 환경 때문에 단지 몸집이 작아졌을 뿐 호모 에렉투스와 유사한 종이라는 얘기다. 플로레시엔스는 성인이 됐을 때 키 1m, 몸무게 30kg에 불과했다. 뇌의 부피는 현생 인류의 30% 수준인 417cm³.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화석 가운데 가장 작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학예연구관은 “호모 플로레시엔스가 발뿐 아니라 손목뼈도 현생 인류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지만 다른 유골이 발견돼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현생 인류와의 관계를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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