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이런 현상은 2001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9·11테러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테러범 중 한 명인 월리드 알셰리는 아메리카항공 소속 AA11기를 납치한 뒤 세계무역센터 북측 건물에 충돌했다. 또 다른 멤버인 모핸드 알셰리는 AA175기를 납치해 무역센터 남측 건물에 부딪혔다. 이들을 포함해 19명이 넘는 테러범과 18명의 공모자를 연결한 은밀한 연결 고리는 누구였을까. 4일 발행된 국제서비스사이언스지는 테러범 네트워크에 숨어 있는 진짜 연락책을 알아내는 방법을 찾아낸 일본 쓰쿠바대 마에노 요시하루 박사와 도쿄대 오사와 유키오 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그물망처럼 얽힌 테러 조직에 참가한 공모자들과 여러 소그룹의 ‘허브’ 역할을 하는 숨은 인물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분석엔 인터넷이나 교통망 분석에 쓰이는 네트워크 이론을 활용했다. 일반 조직원은 보통 1, 2개의 관계를 갖는 데 비해 핵심 조직원은 더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인터넷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검색 엔진이 개인이나 기업보다 훨씬 많은 관계의 중심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
연구팀은 이 수학 모델을 9·11테러 사례에 적용했다. 이 결과 AA11기와 AA175기를 납치한 두 조직을 실제로 연결한 것으로 밝혀져 체포됐던 무스타파 아메드 알히사위라는 인물을 다른 정보 없이도 정확히 찾아냈다. 9·11테러 직전 미국의 항공 보안 담당자들은 이들 용의자의 명단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가볍게 넘겨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마에노 교수는 “시뮬레이션만으로 얻은 결과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실존 인물이 정확히 일치했다”며 “정보당국이 이 방법을 활용했다면 핵심 연결책을 미리 검거해 테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 분석 모델은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같은 전염병 추적에 활용되는 등 실효를 거두고 있다. 이 모델을 활용하면 전염병 확산에 영향을 준 원인을 찾거나 숨은 확산 경로를 알아낼 수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박근수 교수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감염자를 중심으로 고리 모양의 인적 관계에 대한 방역이 중요하다는 결과도 있다”며 “실제 최근 인플루엔자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가까운 주변 사람을 중심으로 방역을 실시한 것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