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격투로봇 ‘비마’에 아시아가 ‘KO’

  • 입력 2009년 5월 16일 02시 54분


15일 서울 광운대에서 로봇게임단 ‘로빛’ 팀원들이 장동욱 씨(오른쪽)의 로봇 비마(가운데 빨간색)를 응원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15일 서울 광운대에서 로봇게임단 ‘로빛’ 팀원들이 장동욱 씨(오른쪽)의 로봇 비마(가운데 빨간색)를 응원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창단3년 광운대 로봇동아리 로빛

33개 日프로팀 꺾고 亞대회 우승

“비마가 일본팀 로봇을 넘어뜨리는 순간, 세상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5월 4일 일본 가와사키 시 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고의 로봇격투기 대회 ‘로보원’ 결승토너먼트. 창단 3년 된 국내 광운대의 로봇동아리 ‘로빛(Ro:bit)’이 일본 프로팀을 제치고 우승한 순간을, 로봇 ‘비마’를 조종한 광운대 장동욱 씨(20·전자통신공학부 2년)는 이렇게 회상했다.

아시아 전역의 휴머노이드 로봇(인간을 닮은 로봇) 가운데 37개 팀만 오른 결승, 그중 33개나 되는 일본 프로팀의 로봇들을 제치고 우승한 것을 놓고 사람들은 ‘작은 기적’이라 했다.

로보원은 3분 동안 상대 로봇을 팔로 치거나 잡고 밀어서 3번 넘어뜨려야 이기는 경기다. 장 씨는 “시간이 없어 상대를 잡고 옆으로 넘어뜨리는 기술만 연마했다”며 “다른 기술이 없어 그것만 쓴 건데, 일본인 해설은 오히려 ‘대단하다’고 극찬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우승 세리머니도 만들지 못해 이기고도 팔만 연방 흔들었다”며 멋쩍어 했다.

비마의 설계 제작을 함께한 로빛의 단장 전자공학과 최인성 씨(24)는 “철저한 분석이 승리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어도 못하는 팀원들이 일본 웹 사이트에 들어가 상대 로봇 정보를 일일이 번역했다”며 “10명의 휴머노이드 팀원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잠도 못 자고 매달렸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초의 대학 로봇게임단 로빛에서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로봇마니아는 20여 명. 로빛이란 이름은 로봇의 ‘Rob’와 ‘IT’를 합성해 만들었다. 창단 3년째지만, 벌써 80여 개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 1억여 원에 가까운 상금을 탔다.

로빛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로봇을 더 친밀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장 씨는 “비마는 격투 로봇이지만 다른 로봇 ‘미카엘’은 가수 ‘소녀시대’의 ‘Gee’ 춤을 춘다”며 “‘소녀시대’의 ‘하하하’와 가수 박현빈의 ‘샤방샤방’ 등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3대로 만든 가수 ‘쥬얼리’의 ‘One More Time’ 뮤직비디오는 한동안 네이버 UCC 조회수 1위를 차지하며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단장 최 씨는 “얼마 전 학교에서 로봇 공연을 하는데 어린이들이 내게 오더니 ‘제자로 받아 달라’고 하더라”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로봇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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