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면역 약한 당신을 노린다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 면역력 강화 어떻게

《신종인플루엔자A(H1N1) 공포가 여전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기세가 주춤하지만 아직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수족구병 합병증인 뇌염으로 12개월 된 여자 아이가 국내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족구병 합병증으로 국내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병을 일으킨 주범은 엔테로바이러스 71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A형 간염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학생들이 집단 발병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잘 일으키기 때문에 늘 새로운 모습으로 인간에게 다가선다. 국가 간의 장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나라에서 생긴 바이러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앞으로 바이러스 질환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러스 질환은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약했을 때 잘 발생한다. 바이러스 질환은 곧 면역질환이라고 말하는 의학자들도 있다. 결국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바이러스 질환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 영양제는 별 도움 안 된다

최근 바이러스 질환이 기승을 부리자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각종 건강식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면역력 강화 요법이라는 이름의 치료도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자들은 건강식품이나 면역력 강화 요법이 실제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영양제나 비타민을 먹는 것보다는 오히려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낫다. 아이들이라면 어려서부터 골고루 음식을 먹는 식습관이 몸에 배도록 가르쳐야 한다. 손가락을 빨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면 빨리 고쳐줘야 한다. 외출한 후와 식사 전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해야 한다.

어른이라고 모두 면역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고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담배는 가급적 끊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생활수칙도 알아둬야 한다. 이럴 때는 자녀가 친구들과 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가급적 피하도록 하고 바이러스 질환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며칠 동안 쉬는 것이 좋다.

햇볕은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햇볕을 받으면 우리 몸은 체내에서 비타민D를 합성한다. 이 물질이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최소한 하루에 1시간 정도는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적지 않은 의학자들이 현대인의 면역력이 약화된 원인을 ‘위생가설’에서 찾는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이 되레 면역력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개인위생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땅이나 나무처럼 자연과 자주 접하지 않고 실내 생활만 하다 보니 인체의 면역력이 강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흙에서 아이들이 뒹굴다 보면 아주 짧은 순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논리다.

○ 심한 운동 땐 오히려 면역세포 줄어

면역력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운동이다. 그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건강하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생각이 틀렸다는 연구 결과가 의외로 많다. 운동선수가 감기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낮지 않다. 마라톤을 완주한 선수들이 일반인보다 2배 이상 감기에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한 운동을 하면 왜 면역력이 떨어질까. 심한 운동을 한 직후부터 1, 2시간 동안은 혈액 안의 면역세포인 T임파구의 수가 줄어들고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증가한다. 이런 몸 상태라면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입할 때 병이 나기 쉽다.

운동도 지나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중간 정도의 강도, 즉 숨이 아주 차지도 않으며 근육을 무리하게 쓰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할 때 면역력이 강화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기 능력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중등 강도의 운동을 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감염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가령 매주 5일씩 40분간 걷기만 한 노인이 아무 운동을 하지 않은 젊은 사람보다 면역력이 더 뛰어날 수 있다.

(도움말=김동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최준용 감염내과 교수,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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