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포 김순이 씨(61)는 올 어버이날이 참으로 의미 있는 날이었다. 한국에 사는 딸이 관절염 수술을 시켜줬기 때문이다. 평소 김 씨는 무릎 관절염으로 인해 제대로 서 있는 것이 힘들었고 방바닥을 기어 다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걷거나 심지어 기어 다닐 때도 욱신거리는 통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딸에게 이끌려 간 곳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절 수술에 로봇을 도입한 이춘택 병원이다. 이춘택 병원장은 지금까지 4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로봇시술을 해 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강동가톨릭병원, 화순전남대병원,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울산병원, 연세SK병원 등에서 로봇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0.1mm오차 정밀수술 50분만에 끝… 출혈·통증 적고 회복 빨라
○ X레이 촬영으로 관절상태 체크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올 때 제대로 걷지도 못한 김 씨. 먼저 X레이 촬영을 실시했다. 촬영 결과 관절염 증상이 다른 사람보다 심한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어 염증 수치 확인검사에 들어갔다. 정상에 비해 5배나 높았다.
염증 수치가 높을수록 통증의 정도가 높다. 염증 반응이 생기면 통증이 생기고 붓는다. 부기 때문에 압력이 더 증가하면 염증 부위와 그 주위를 압박해 통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대부분의 관절 수술은 바로 시행하지 않고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을 통해 지켜본다. 김 씨의 경우에는 워낙 증상이 심해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X레이를 찍은 결과 김 씨의 우측 무릎은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구부렸다 폈다 하다 보니 무릎의 안쪽이 완전히 마모되며 퇴행화가 심해져 안짱다리가 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내반변형관절’이라고 진단했다.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을 해보니 전후방 십자인대가 비교적 잘 보존돼 이를 살리는 인공관절 로봇최소침습수술을 하기로 했다. 로봇수술과 최소침습술을 합친 수술 방법이다.
○ 나이가 많고 증상 심각
이 원장은 “김 씨와 같은 내반변형관절염은 주로 체중이 실리는 무릎 관절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적으로 몸의 한쪽 관절에서 먼저 시작이 되다가 반대쪽도 무리가 가서 결국 같이 손상된다”고 말했다.
관절염 치료에 로봇수술이 사용된 것은 2002년부터다. 이 원장은 인공관절수술에 ‘로보닥’이라고 불리는 로봇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술을 해 왔다.
모든 수술이 의사의 경험이나 숙련도에 의존하다 보니 시술한 의사마다 경험이나 테크닉이 달라 실패율이 다를 수 있다. 로봇수술은 0.1mm 이내의 오차 정도로 정밀도가 높고 정확성이 뛰어나다. 따라서 수술 중 수술 부위 이외의 부위를 건드리지 않고 정확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 또 최소침습술의 절개 길이는 평균 8cm로 기존 수술(15∼20cm)보다 절반 이하로 짼다.
로봇최소침습술은 김 씨처럼 나이가 많고 증상이 심한 환자한테 많이 사용된다. 로봇을 이용해 수술을 하기 때문에 수술법이 정교하고 정밀하며, 수술시 조금 째므로 출혈이나 통증이 적고, 근육 및 중요한 조직의 손상을 줄여 수술 뒤 회복이 빠르고 재활기간도 짧다. 한쪽 수술비용은 본인 부담만 250만∼280만 원 든다.
초기 로봇을 이용한 수술의 경우 로봇이 작동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피부를 넓게 절개하고 로봇의 작업을 도와주기 위한 준비로 수술 시간이 지연되는 단점이 있었다. 이 병원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용 중이다.
○ 수술 후 1시간 20분 만에 보행 가능
김 씨는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술로 인공관절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먼저 뼈의 형태와 관절 마모 상태를 컴퓨터를 이용해 입체영상으로 파악한 후 김 씨에게 가장 알맞은 인공관절의 크기를 선택했다. 3차원(3D) 공간에서 뼈의 위치와 정렬을 부위별로 점검하여 이 이미지를 통하여 인공관절과 환자의 뼈를 자연스럽게 조합했다. 혹시 잘못된 경우에는 시뮬레이션을 한 후 다시 고칠 수 있고 수술 후 결과를 미리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술이 가능했다.
수술은 50분 정도가 소요됐다. 마취가 된 동안에 환자 뼈 모양이 입력된 데이터를 통해 작동되는 로봇팔아 김 씨의 무릎을 왔다 갔다 했다. 수술 후 1시간 20분 정도가 지나 김 씨는 다리를 들고 구부리는 동작이 가능했다. 일어나서 걸을 수 있기까지 불과 2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7일째 퇴원했고 걷는 데 지장이 없었다.
김 씨는 “며칠은 누워 있을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빠른 것 같다. 더군다나 수술 후 바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걸을 수 있다고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재활치료는 입원 기간 중에 모두 끝나 퇴원 후에는 할 필요가 없지만 2주, 6주, 3개월, 6개월 이후 1년 단위로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이 원장은 “로봇최소침습수술을 통해 정확성을 기하면서 통증과 재활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40대부터 20년 넘게 관절염으로 고생해온 김 씨는 “이만한 어버이날 선물이 없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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