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 전지판 교체부터 허블망원경 수리까지… 역사를 바꾼 우주유영 10선
○ 망원경 수명 연장-태양전지판도 교체
18일 성공적으로 끝난 허블우주망원경 수리작업에 대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우주유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주인 존 그런스펠드 씨가 등에 짊어진 장비가 실수로 망원경의 안테나에 부딪히는 장면은 당시 NASA TV로 생중계되면서 많은 사람을 아찔하게 했다. 이 우주유영은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가 최근 선정한 ‘역사를 바꾼 우주유영 10가지’에 포함되기도 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태양전지판 교체부터 고장 난 우주망원경 수리까지 우주인들은 우주유영을 통해 ‘우주수리공’이 된다.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1997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6명의 우주인이 23번의 우주유영을 했다.
이들의 우주유영 시간을 더하면 166시간 6분에 이른다. 우주유영에 나선 우주인들이 분광기 등 망원경의 핵심 장비를 교체하고 각종 센서와 보호 장비, 배터리 등 부속품을 최신 제품으로 바꾼 덕에 허블우주망원경은 사실상 새 제품으로 거듭났다. 1990년 첫 발사 당시 15년으로 예상했던 허블우주망원경은 이번 수리로 수명이 5∼10년 연장됐고 관측 범위도 훨씬 넓어졌다.
역사적인 우주유영은 인류의 우주개발 초기부터 시작된다. 인류의 첫 우주유영은 옛 소련의 알렉세이 레이노프가 기록했다. 그는 1965년 3월 18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공간에 나갔다. 그는 약 12분 동안 우주를 떠다니는 데 성공하면서 이후 우주유영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석 달 뒤 우주선 제미니 4호를 탄 미국의 우주인 에드워드 화이트 역시 23분간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2007년 감전 위험을 무릅쓰고 국제우주정거장의 태양전지판을 교체한 우주작업도 역사적인 우주유영으로 꼽혔다. 태양전지판에는 100V 이상 전기가 흐르고 있어 금으로 코팅된 헬멧이나 우주복의 금속 부위가 닿으면 감전될 수 있다. 하지만 전지판을 고치지 않으면 우주 임무에 필요한 기기에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 우주인 스콧 파라진스키는 우주복에 절연테이프를 칭칭 감고 7시간에 걸쳐 우주유영을 하며 고장 난 태양전지판을 수리하는 데 성공했다.
○ 우주 수영 비결은 배낭형 비행장치
우주유영의 백미는 몸에 로봇팔 등 어떤 안전장치도 묶지 않은 채 유유히 ‘우주 수영’을 즐기는 자유 우주유영이다.
1984년 2월 브루스 매캔들리스 2세는 우주왕복선 챌린저의 화물칸에서 약 100m 지점의 우주공간까지 갔다 와 세계 최초의 자유 우주유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자유 우주유영을 하려면 추진형 비행장치가 필요하다. 매캔들리스 2세는 질소 분사 추진체가 달린 배낭형 비행장치(MMU)를 등에 메고 손으로 방향을 조정해 자유롭게 우주유영을 즐겼다. 그가 멘 배낭형 비행장치는 무게만 140kg에 이른다.
현재 우주인이 쓰는 자유유영 비행장치는 한 단계 발전한 ‘세이퍼’다. 세이퍼는 34kg으로 MMU보다 가볍고, 초당 2∼3m의 속도로 움직인다. 우주인들은 무게 90kg의 우주복 위에 세이퍼를 걸치고 우주유영을 한다. 사실 MMU나 세이퍼는 우주인이 우주 미아가 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구명조끼’다. 이 장치들은 추진력을 낼 수 있는 시간이 짧아 NASA는 우주인이 세이퍼를 비상용으로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주인이 한 번 우주유영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최대 8시간 30분 정도로 제한된다. 우주유영 중 배가 고프면 우주복 앞에 달린 주머니에서 음료와 바 형태의 과일을 먹을 수 있다. 만약을 대비해 소변을 볼 수 있는 신축성 있는 튜브와 기저귀도 우주복 안에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