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3월부터 민간 병의원에 필수예방접종비용의 30%를 지원해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주고 있지만 민간 병의원으로 필수예방접종비용 지원사업을 확대한 것은 현재 75%에 불과한 필수예방접종률을 9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민간 병의원까지 참여하면 의료 소비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소아 필수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병의원 목록을 살펴보면 정작 소아청소년과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병의원 100곳 중 소아청소년과는 7.3개꼴로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총 3411개 참여 병의원 중 소아청소년과는 251개에 불과하다.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이 집단적으로 사업 참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가 중심축이 되어야 하는데 참여율이 저조하니 자녀 필수예방접종을 위해 소아청소년과를 찾았던 부모들은 헛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의 모임인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정부가 비용의 30%만 지원하기로 한 것에 반발해 사업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30%는 아이를 둔 부모의 주머니 사정에 크게 도움 되지도 않으니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 원래 요구했던 대로 100% 모두 지원해 줄 때까지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는 30%의 지원금으로는 보건소를 찾는 부모들을 끌어오기 힘들다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의 속내가 깔려 있다. 보건소처럼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에게도 100% 지원해야 보건소로 가는 부모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부모들이야 자주 가는 소아청소년과에서 필수예방접종까지 공짜로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정부도 단계적으로 지원금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예산 때문에 지금은 30% 지원하고 있지만 2012년까지 100%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과만이 유독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그들의 이기주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은 ‘예방접종률을 높여야 한다’면서도 어린이들의 건강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김현지 교육생활부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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