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전” 신호 뒤 사라진 에어프랑스 사고 원인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과학계 일부 “메가번개 맞았을 가능성”
보통번개 1000배규모의 위력
0.001∼0.1초 찰나 간 ‘번쩍’
“폭풍구름 위 날았다면 노출가능”


1일 대서양에서 실종돼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에어프랑스 소속 447편 항공기의 사고 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처음에는 번개와 난기류에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테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비행기의 운항 자료가 담긴 블랙박스를 찾기 전에는 사고 직전 항공기가 무선으로 남긴 “강한 난기류 속을 운행하다 누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유일한 단서다. 이로 인해 번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번개로 인해 비행기에 이상이 생기기는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유병선 교수는 “비행기는 갑작스러운 상승기류로 주변에 구름이 발생하면 번개 속을 날기도 하지만 안전장치가 있어 문제없다”며 “블랙박스를 찾기 전까지는 이번 사고 원인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보통 번개보다 1000배 정도 규모가 큰 ‘메가번개’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메가번개는 다른 번개와 달리 구름 위에서 발생한다. 발생하는 시간이 1∼100밀리초로 보통 번개의 100분의 1∼10분의 1 정도로 짧지만 높이가 80∼90k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일부 메가번개는 구름에서 땅으로 보통 번개가 칠 때 함께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관측이 어려워 아직 실체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화여대 물리학과 박일흥 교수는 “사고 비행기가 번개를 동반한 폭풍 구름 위를 날고 있었다면 메가번개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행기가 실종된 적도 부근은 상승기류가 강해 강한 번개를 동반한 폭풍 구름이 자주 일어난다.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하경자 교수는 “적도에서는 아래는 지표면에 가깝고 위는 10∼12km에 이르는 거대한 구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메가번개는 사람이 알아채기 힘든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항공기 사고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면서도 “메가번개는 항공기에 보통 번개의 6배 정도 피해를 준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주에서 메가번개를 관측할 계획이다. 그가 개발한 메가번개 추적망원경(MTEL)은 ‘타티아나Ⅱ’ 인공위성에 탑재돼 7월 러시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그는 “지구의 메가번개 발생 지역을 지도로 만들어 이를 항로에 반영하면 갑작스러운 항공사고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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