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강원 평창군 농촌진흥청 한우시험장에서 ‘미스 한우 진(眞)’이 뽑혔다. 육질과 생산성 등이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암소인 셈이다. 1983년부터 ‘미스터 한우’는 매년 약 20마리씩 선발돼왔지만 미스 한우가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스 한우 선발로 전문가들은 한우의 완전 개량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암소 개량에 따르는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 신체 사이즈-코-가마로 ‘최고암소’ 찾아내
소의 어깨(앞다리 위)에서 앞발까지의 수직 길이를 ‘체고(體高)’라고 부르며, 엉덩이 위 열십자(十) 모양의 뼈에서 뒷발까지의 길이를 ‘십자부고(十字部高)’라고 한다. 암소는 자랄수록 골반이 발달하면서 십자부고도 함께 높아져 체고와 거의 비슷하게 균형을 이룬다.
세 살 암소의 체고와 십자부고는 약 120cm가 적당하다고 한다. 수소는 자라면서 십자부고에 비해 체고가 더 높아진다. 남자가 성인이 되면 어깨가 넓어지고 가슴 근육이 발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 살이 됐을 때 체고 140cm, 십자부고 120cm면 좋은 수소로 친다.
소의 어깨부터 엉덩이까지의 길이는 ‘체장(體長)’이라고 부른다. 소가 성장할수록 당연히 체장은 길어진다. 그러나 너무 길면 등이 휘면서 디스크가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 살 암소의 체장은 140cm, 수소는 170cm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사람은 진화과정에서 똑바로 서서 걷게 되면서 허리가 체중을 견디기 위해 오목하게 들어가고 척추는 S자 모양으로 휘어졌다. 하지만 네 발로 걷는 소는 굳이 S라인일 필요가 없다. 일직선으로 미끈하게 뻗은 체장도 미스 한우의 중요한 요건이다. 즉 미스 한우의 신체 사이즈인 120-120-140은 소의 체고-십자부고-체장을 가리킨다.
축산 전문가나 농민들은 소의 얼굴을 보면 건강한 소인지 아닌지 ‘감’이 온다고 한다. 주로 확인하는 부위는 ‘비경(鼻鏡)’. 코 맨 앞에 털이 나지 않고 매끌매끌한 부분을 말한다. 건강한 소의 비경은 항상 촉촉하다. 땀샘이 모여 있어 몸속 각종 분비물이 땀과 함께 송송 맺혀 나오기 때문이다. 소의 이마에는 사람 머리처럼 털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휘감겨 난 가마가 있다. 가마 위치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고 양쪽 눈 사이 정도면 좋은 소로 친다. 또 수소는 크고 펑퍼짐한 역삼각형 얼굴, 암소는 세로로 긴 말상을 선호한다.
○ 반쪽개량 한계 극복… 미스-미스터 결합 기대
미스 미스터 한우를 선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량이다.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에는 약 50마리의 미스터 한우가 사육되고 있다. 이들에게서 채취한 정액은 0.5mL당 7500원 정도로 축산농가에 팔린다. 여기에 들어 있는 정자는 900만∼1500만 개. 축산농가에서는 이를 암소 자궁에 주입해 인공수정을 시켜 미스터 한우의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송아지를 생산한다. 국립축산과학원 최연호 박사는 “이론적으로 미스터 한우 1마리에서 1년에 10만 마리의 송아지가 태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교배보다 1만 배 이상 많다.
그러나 이는 ‘반쪽 개량’에 그친다. 우수한 유전자를 수소에게만 물려받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소 위주의 개량만 해온 한국과 달리 미국과 캐나다, 호주, 유럽 등에서는 이미 1930년대부터 암수 개량을 했다. 유럽산 홀스타인(젖소)이나 앵거스(고기소)가 세계에서 널리 인정받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수한 암소의 유전능력을 물려받은 송아지를 많이 생산하려면 그 암소의 난자를 한꺼번에 많이 나오게 해 자궁이나 실험용기에서 정자와 수정시킨 다음 이 수정란을 다른 암소의 자궁에 이식해야 한다. 최 박사는 “현재 기술로는 임신 성공률이 20∼40%에 불과하다”며 “임신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우수한 암소를 많이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번에 선발된 미스 한우 20마리 중 9마리를 축산농가에 공급했다”며 “농가에서 미스터 한우 정액을 미스 한우에 주입해 송아지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한우 완전 개량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