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식 출범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상임 이사진 가운데 눈에 띄는 이력의 소유자가 있다. 의협 사상 최초의 비(非)의료계 출신 상근 이사인 조남현 정책이사(51·사진). 그는 자신을 ‘의료서비스 공급자 단체 속의 유일한 의료서비스 소비자’라고 소개하며 “의사가 아닌 사람을 정책이사로 뽑은 것은 공정한 시각에서 의료계가 처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자유시민연대의 대변인을 8년간 지냈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영역은 의료와 교육. 그는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국가가 수요와 공급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것이 그 두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시민단체 활동 초반이었던 2000년 의약분업 논쟁과 의료보험통합 논란을 거치면서였다. 정부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뜻을 같이 하는 의료인들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2005년부터 의료시민단체인 건강복지공동회의 대표로 활동했으며 자유평론사 편집주간으로 활동하며 의료 관련 글을 쓰기도 했다.
의협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소감을 묻자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의사들이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 의료서비스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5위라는 성과를 냈지만 절반 정도의 의사는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조 이사는 “우리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것을 국부와 고용창출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지금 의료계에 가해지는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의료에 대한 욕구가 국내에서 만족되지 않으면 결국 환자가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며 “점점 다양해지는 욕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는 대표적인 불필요한 규제로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법안을 꼽았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의사가 급여기준 이상의 처방을 할 경우 국가가 약제비를 환수하고 의료기관에는 과징금을 물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는 “의사가 약을 파는 것도 아닌데 과잉처방을 해서 무슨 이익을 보겠느냐”며 “복잡한 급여 기준에 따르라고 하는 것은 의사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는 “의료민영화, 의료 영리법인 허용 등 최근 의료계 안팎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공급자와 수요자 간 충돌이 아닌 더 나은 해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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