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가로등… ‘光공해’ 심각
도심 밤하늘 별자리 갈수록 희미
○ 서울 경기엔 작은곰 없다?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는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4월 서울 용인 대구 대전 등 전국 50여 곳에서 ‘별이 얼마나 많을까(How many stars)’ 행사를 열었다.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별의 개수를 세어 광공해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것. 광공해란 필요 이상의 불빛이 사람과 동물, 자연에 피해를 주는 현상이다. 주로 도심의 불빛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공기 중 오염물질, 박테리아 등과 부딪쳐 산란되면서 일어난다. 이번 조사는 4월 2∼5일 전국의 7개 대학과 32개 사설 및 시민천문대, 국립과천과학관, 도심 거리에서 이뤄졌다.
관측 대상은 봄철 대표적 별자리인 작은곰자리와 오리온자리.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 개수에 따라 7개 등급으로 나눴다. 별자리가 전혀 보이지 않으면 1등급, 별이 가장 많이 보일 때를 7등급으로 정했다. 작은곰자리는 가장 밝은 별인 북극성과 코카브만 보일 때가 2등급, 별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등급이 차례로 올라간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와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에서 실시한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작은곰자리와 오리온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는 1등급에 해당한다. 같은 시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에 있는 경희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에 비해 대구 북구 산격3동 경북대에서는 두 별자리에서 별이 3, 4개씩 발견되는 3등급 판정이 나왔다. 오리온자리의 허리 부분인 삼태성이 뚜렷이 관찰됐다. 경북 영양군 반딧불이천문대에서도 구름이 옅게 끼긴 했지만 3등급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는 “전국 규모로 동시에 이뤄지지 않아 한계가 있지만 인공조명 때문에 대도심에서의 별 관측이 힘들어졌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직위원회는 8월과 10월 전국 곳곳에서 같은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광공해가 심하면 도시의 불빛을 달로 착각한 철새들이 길을 잃거나 나방의 활동을 교란해 꽃이 엉뚱한 시기에 피는 등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천문학계도 걱정이 많다. 광공해 때문에 천문 관측이 불가능해져 문을 닫는 천문대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이 우주팽창을 발견한 장소로 유명한 윌슨천문대는 인근 로스앤젤레스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인해 밤하늘이 6배나 밝아져 결국 문을 닫았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과학대중화팀 ‘별아름’의 2006년 조사에서도 서울 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최대 20여 개(1.78등급)가 채 안됐다. 당시 조사를 주도한 조재상 씨(연세대 석사과정)는 “날씨가 좋고 달이 없는 밤인데도 1.78등급만 나온 것은 광공해 영향이 확실하다”며 “서울에서 별을 관측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천문연맹(IAU)은 1973년 광공해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도 천문 관측에 악영향을 미치는 옥외조명과 도로 조명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웃 일본에서도 일본국립천문대의 관측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자체 조례를 마련했다.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IAU를 중심으로 140여 개국에서 밤하늘 별빛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건축 전문가인 김정태 경희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무턱대고 불을 끌 수는 없지만 도시 조명의 밝기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지나친 전광판 사용만 억제해도 광공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천문대 이명현 책임연구원은 “높은 산에 세운 보현산천문대 등 국내 천문대들도 밤하늘 밝기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며 “천문학과 관련한 광공해 연구가 국내에서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