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산업 성공의 핵심은 해외 환자와 국내 병원을 이어주는 코디네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폭넓은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헬스케어 박람회는 핵심 요소를 잘 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규모도 역대 의료관광 박람회 가운데 최대였다.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동아일보사와 보건복지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글로벌 헬스케어 프런티어 박람회-의료관광 취업 설명회 및 상담회’가 열렸다. 41개 기관이 50개의 부스를 설치했고 1100여 명의 구직자와 관련업계 종사자가 참가했다.
○ 학생, 주부, 외국인 등 줄이어
박람회장은 하루 종일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고 병원이 마련한 부스마다 취업 상담이 이뤄졌다. 일부 부스에서는 해외 환자 유치 조건을 협상하는 비즈니스 상담이 진행됐다.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를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병원 부스도 있었다.
미국에서 1973∼2005년 간호사와 대형 병원 수술실 총책임자로 일했던 도국엽 씨(62·여)는 여러 병원에 이력서를 돌렸다. 그는 “몇 년 전 귀국한 후 의료 분야 경력을 살려 좋은 일을 해 보고 싶었는데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참가하게 됐다”며 “당장은 보수가 없어도 의료관광 분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그를 자원봉사자로 채용했다.
한림국제대학원대에 다니는 러시아인 스베틀라나 말리노스카야 씨(27·여)는 인하대병원을 비롯해 5개 병원과 상담했다. 그는 “러시아인 대상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러시아어를 잘하는 코디네이터를 구하고 있던 인하대병원은 그를 채용할 것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제자들과 함께 박람회장을 찾은 대학교수도 있었다. 한라대 레저관광경영학과 황욱선 교수는 제자 4명과 함께 병원 부스를 돌았다. 교수가 직접 제자를 추천하면 채용이 더 잘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단체로 박람회장을 찾기도 했다.
해외환자 유치업체 부스에서는 즉석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지기도 했다. 해외환자 유치업체 스타팍스의 최범석 부장은 “해외 현지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 가운데 해외 환자를 공동 유치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와 세부내용을 보고 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 “인재 확보-네트워크 구축에 도움”
부스를 설치한 병원들은 박람회가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우리들병원 이미정 총괄팀장은 “얼마 전 일본 코디네이터를 채용할 때 인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며 “이번 행사를 미리 알았더라면 채용을 연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병원 윤동훈 대외협력팀 과장은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맺고 인재 풀을 공유할 수 있는 이번 박람회는 의료관광 인프라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참가기관별로 30∼60건의 채용 상담이 이뤄졌다. 닥터스칼프, 스타팍스 같은 해외 환자 유치업체는 의료관광 코디네이터와 통역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10명 정도 채용할 계획이다. 닥스투어는 이미 1명을 점찍어놓고 2차 면접을 고려하고 있다. 유에스여행사는 러시아어와 영어에 능통한 직원 2명씩을 뽑을 계획이다. 인하대병원은 1명을 점찍었고 아름다운나라피부과성형외과는 일본어에 능통한 코디네이터 1명을 채용키로 했다. 척추관절 전문 윌스기념병원은 의료전문요원 3명, 밝은내일치과는 2명을 채용할 계획이고 세종병원, 하나한방병원, 오라클피부과성형외과도 채용계획을 세웠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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