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등에 꽂아 음악들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플래시메모리 카드와 USB 등 휴대용 디지털 저장장치가 콤팩트 디스크(CD)를 대체할 ‘차세대 음반’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23일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로스앤젤레스(LA)지점. ‘꽂아 듣는 음악(Slotting Music)’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 밑에 쇼핑객들이 북적거렸다. 이들이 손에 든 것은 ‘아메리칸 아이돌’ 1회 우승자인 켈리 클락슨, 록 밴드 ‘니클 백’ 등 미국 인기 뮤지션들의 음반. 하지만 그 속에는 CD가 아니라,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마이크로 SD카드가 하나 들어 있었다. 바로 미국 메모리카드 제조업체인 샌디스크가 지난해 말 발표한 플래시 메모리카드 음반이다.
월마트의 슬롯뮤직 담당 점원은 “계산하자마자 휴대전화에 꽂아 들을 수 있어 편리하다”며 “하루 평균 400∼500개씩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가격은 16달러(약 2만 원)로 CD음반에 비해 5000원 정도 비싸다.
샌디스크는 지난해 소니BMG, 유니버설 등 대형 음반사들과 업무 제휴를 맺고 손가락 마디보다도 작은 마이크로 SD카드에 MP3 파일 음원을 담아 앨범을 발매하기로 발표했다. 샌디스크는 이 카드 하나에 가수의 음원(MP3 파일), 앨범 재킷(JPG 파일), 뮤직비디오(AVI 파일) 등을 모두 담았다. 휴대전화기와 MP3플레이어에 카드를 꽂는 방식이라는 뜻에서 여기에 ‘슬롯뮤직’, ‘슬롯앨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샌디스크의 최고경영자(CEO) 엘리 하라리는 “슬롯앨범은 눈에 보이지 않는 MP3 파일을 오프라인에 내다 파는 형태”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음반 시장 2위인 일본은 올해 초 세계 최초로 USB 음반을 냈다. 일본 인기 여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10번째 정규 앨범 ‘넥스트 레벨’은 CD와 함께 USB 형태로도 제작됐다. 2GB 용량의 USB에는 13곡의 앨범 수록곡과 뮤직비디오가 담겼다. 하마사키는 앨범 발매 후 “CD만 고수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음반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김범석 기자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