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케어 박람회 참가자 ‘1호 채용’ 탄생

  • 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25세 유두리씨“美생활 살려 의료관광 홍보”

윌스기념병원 “美시장 개척위해 찾던 인재”

“매우 기뻤어요. 현장 상담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빨리 채용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동아일보, 보건복지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가 24일 공동 주최한 ‘2009 글로벌 헬스케어 박람회-취업상담회’의 목적은 의료관광 분야의 인재 선발과 병원 간 네트워크 구축. 네트워크 구축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인재 선발은 박람회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첫 선발의 주인공은 8월 대학 졸업 예정인 유두리 씨(25·여).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경기 수원시의 윌스기념병원은 박람회 이틀 만인 26일 유 씨를 채용했다.

1997년부터 미국 생활을 한 유 씨는 고교를 현지에서 마치고 대학에 입학해 화학을 공부했다. 2004년 개인사정으로 대학을 마치지 못한 채 귀국한 유 씨는 한동대에 입학해 미디어와 영어를 전공하고 있다. 8월 졸업을 앞두고 올해 15개 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모두 탈락했다. 면접까지 간 기업은 한 곳에 불과했다. 비로소 취업난을 실감했다. 원서를 내는 것도 두려워졌다.

그러던 중 박람회가 열린다는 보도를 봤다. 의료관광 분야를 꿰고 있지는 못했지만 ‘블루오션’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미국에 살아본 경험이 있어 미국보다 한국 진료비가 싸다는 점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해외마케팅만 잘 하면 의료관광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박람회에 참가했다. 유 씨는 병원 부스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강점을 설명했다. 윌스기념병원 척추센터의 심정현 소장이 “잘하면 함께 일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1차 관문을 통과한 셈. 그래도 긴가민가했다. 26일 오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유두리 씨. 저희 병원에 채용되셨습니다.” 유 씨는 직장을 구했다는 안도감에 온몸에서 힘이 쫙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심 소장은 “우리가 딱 원하던 인재였기 때문에 주저 없이 채용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의료관광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이 병원은 유 씨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뿐 아니라 이과계열 전공자인 점을 높게 샀다. 심 소장은 “의료관광이 성공하려면 환자와 의사를 연결해주는 의료코디네이션, 의료통역, 홍보마케팅에 두루 능숙한 인재가 필요하다”며 “의료관광이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에서는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만 갖춰도 인재로 볼 수 있는데 유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유 씨에게 미국 시장 개척을 위한 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지면 의료통역과 의료코디네이터 업무로 영역을 넓혀줄 방침이다. 심 소장은 “대형 병원은 원하는 인재를 쉽게 구할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중소병원은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박람회 같은 행사가 자주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 씨 경우처럼 박람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병원과 환자유치기관의 채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하대병원, 세종병원, 하나한방병원, 오라클피부과성형외과가 채용 절차를 밟고 있으며 닥스투어, 닥터스칼프, 스타팍스 같은 해외 환자 유치업체도 의료통역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뽑기 위해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채용된 사람에게는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업무 교육을 무료로 해준다. 성적 우수자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해외 의료관광 설명회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