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보건의료산업은 한국 경제의 주축이 될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7월 107개 회원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보건의료산업엔 바이오, 제약, 의료와 함께 실버산업도 포함된다.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27.2%는 “의료서비스가 새로운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4월 외국인에 한해 병원을 소개 알선하는 행위가 허용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에서도 의료관광이 합법화됐다. 이를 두고 의료산업 및 관광산업 종사자와 정부의 기대는 매우 높은 편이지만 국내 의료관광산업의 인프라는 아직 열악한 상황이다.
세계 의료시장에서 한국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의료관광과 관련된 국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의료관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4월 ‘코리아의료관광협회’가 만들어졌다. 이비인후과 안과, 치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병원이 주축이 된 이 협회에 현재까지 1500여 개 병의원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코리아의료관광협회 초대 회장은 예네트워크의 박인출 회장이 맡았다. 박 회장을 만나 한국 의료관광산업의 현주소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 의료관광산업 점수는 평균 ‘C’
“지난달 싱가포르 최대 의료법인인 파크웨이(parkway) 그룹의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그때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세계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의료관광산업의 점수는 외국어 B, 해외홍보 C, 해외신임도 D, 접근성(문화 등) C, 법적 문제 C로 평균 C 수준입니다.”
박 회장은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이들 5가지 요건 중 한국은 어느 하나에서도 A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의 인증을 받은 병원도 국내에선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박 회장은 “JCI 인증을 받아 신뢰도를 높이고 해외에 거점병원을 만들어 사전검사와 사후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코리아의료관광협회는 의료관광 코디네이터와 의료통역사, 국제마케팅 전문가 등 의료관광 전문인력을 육성해 병의원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어 그는 “의료관광산업은 최근의 경기침체를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했다. 의료산업은 세계적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
대표적 의료관광 국가의 동향을 살펴보면 2006년 기준으로 태국에는 120만 명, 인도에는 45만 명, 싱가포르에는 41만 명의 외국인 환자가 다녀갔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이런 국가들과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 국내에 다녀간 외국인 환자는 2007년 7900명, 2008년 2만7000여 명이 전부이다.
정부는 의료관광 합법화를 선언하고, 2013년까지 외국인 환자 20만 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5년간 1만6000명의 취업을 유발하고 직·간접적으로는 4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청사진이다.
박 회장은 “정부의 의료관광산업 활성화 계획 못지않게 의료사고의 법적 분쟁에 대한 원활한 대처 능력도 중요하다”면서 “의료관광 관련 기관이나 단체가 법적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의 의료 분쟁이 이제까지의 모든 성과를 수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2020년, 국내 의료 수준 ‘세계 4강’ 이룰 것
“한국은 그동안 세계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많은 것을 이뤄왔습니다. 골프의 박세리, 수영의 박태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의료산업이 세계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
현재 국내 의료산업의 수준은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의료관광 합법화를 시작으로 곧 국내 의료산업에 새바람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관광산업은 국내 의료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며 향후 가속화될 노령화 사회는 의료산업 성장에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의 의료가 아픈 이들을 위한 서비스였다면 앞으로의 의료는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요소로까지 의미가 확장될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 국민들의 성원이 기반이 된다면 국내 의료수준은 2020년까지 세계 4강에도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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