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동안 농사를 지어온 문윤철 씨(77·경남 하동군 고전면). 9년 전 경운기 사고로 허리를 다친 후 지긋지긋한 통증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사고 직후 찾은 진주 시내의 한 병원에서는 인대가 늘어났으니 좀 쉬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허리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양 다리까지 통증이 확산됐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병원에서는 요추 4번과 5번 척추디스크로 진단했다. 문 씨는 요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금속 재질의 원통형 케이지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문 씨의 고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수술 후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날이 갈수록 통증은 더 심해졌다. 수술한 허리를 비롯하여 양쪽 다리의 통증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됐다. 진통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통증으로 잠도 이룰 수 없었다. 근력이 떨어진 다리는 지팡이 없이는 한 발짝도 떼기 어려웠다.》
○ 수술시 삽입한 금속 삽입물이 원인
문 씨는 친구의 소개로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의 척추센터를 찾았다. 그를 진료한 김영우 정형외과 교수는 요추 수술시 삽입한 원통형 금속케이지가 이탈해서 요추 신경을 압박하는 것으로 진단을 내렸다.
김 교수는 “X선 사진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요추 4번 5번 사이에 삽입됐던 금속케이지가 후방으로 이탈돼 신경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근전도 검사에서는 왼쪽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심각하게 손상돼 있다”고 말했다.
문 씨의 무릎 아래 부위의 감각은 정상인의 50%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다리 근력이 심각하게 약화돼 목발 없이는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 빨리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마비로 다리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극심한 통증으로 수면장애와 우울증도 심각한 상태였다.
○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척추체 골이식술 동시 시행
문 씨처럼 척추 수술시 삽입한 금속이 이탈하는 경우는 100명 중 3∼6명꼴로 발생한다. 김 교수는 “척추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으로 진단해 금속케이지만 삽입하고 척추경 나사못으로 고정하지 않으면 골유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이탈하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한다”며 “단독으로 금속케이지만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서 골유합이 정상적으로 이루지고 있는지, 삽입된 케이지가 본래의 위치에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씨는 금속 삽입물이 신경을 직접 압박하고 있으므로 압박되는 부위의 하지에 심한 통증을 느낀 것. 다리의 감각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 감각기능을 잃게 된다. 또 근력이 떨어져 하지 마비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생기면 정밀검사 후 이탈된 금속을 제거해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 금속케이지와 유착된 신경다발 안전하게 박리해야
의료진은 호흡기내과 심장혈관내과 협진을 통해 수술 전 약물치료와 영양제 투여 등으로 환자의 상태를 2주간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수술 당일 의료진은 환자의 신체에 부담을 최소화할 수 하도록 마취량을 조절해 가며 전신마취를 했고 출혈과 수술 후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술 부위를 최소 절개해 신속하게 수술을 진행했다.
의료진은 먼저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부위의 척추 뼈를 충분히 제거해 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였다. 금속케이지와 유착되어 있는 신경을 손상이 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박리한 후 금속케이지를 안전하게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금속케이지와 신경의 유착이 심하고 신경 다발이 금속케이지에 심하게 눌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박리할 때 신경 손상의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이 때문에 집도 의사의 고도의 집중력과 풍부한 임상경험이 필요하다. 금속케이지를 제거한 빈 공간에는 환자의 골반에서 떼어낸 뼈를 이식하고 약해진 척추뼈도 척추경 나사못을 2개씩 박아서 고정시켰다.
수술 후 문 씨를 9년 동안 괴롭혀오던 양 다리의 극심한 통증이 사라졌다. 마비 증세를 보이던 왼쪽 다리의 감각도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얼굴 표정도 밝아졌다. 문 씨는 수술 후 2일째부터 보행기에 의지해 걸을 수 있었고 3주째부터는 움직이지 않던 왼쪽 발목이 구부려지고 목발이나 보행기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됐다. 차츰 왼쪽다리 감각과 근력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됐다.
진단이 늦어질 경우 문 씨와 같이 극심한 통증과 근력 약화로 보행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신경 손상 없이 안전하게 수술할 경우 통증 없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수술 받은 후에는 손상된 신경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근력과 감각을 되찾기 위해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 당시 이식한 골 조직이 잘 유합될 수 있도록 약 3개월 동안은 요추 보조기를 착용해야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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