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사이버 北風論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청와대와 국방부, 미국 백악관을 비롯한 한미 양국의 주요 기관을 노린 사이버 테러가 연 사흘째 계속되면서 변종 악성코드까지 등장해 공격 대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사이버 테러에 동원된 기술이 워낙 치밀하고 집요해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양상이라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사이버 전쟁이나 다름없는 위급한 상황이다. 정부와 정보기관, 민간연구소가 사이버 테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방어가 쉽지 않다.

국가정보원은 “북한 또는 북한 추종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그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보고했다.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에 혈안이 돼있는 북한이 고도의 사이버 전쟁 수단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에 또 다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사이버 북풍(北風) 의혹이 일고 있다”며 국정원을 의심하고 나섰다. 어제 국정원의 정보위 보고에도 불참을 선언해 회의를 무산시켰다. 국가 기간전산망이 사이버 테러로 큰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인데도 대책 마련에 협조하기는커녕 정부를 정략적으로 공격하는 데만 몰두하는 민주당은 제정신인가.

국정원이 북한을 배후세력으로 보는 데는 근거가 있다. 북의 대남(對南) 선전선동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달 2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사이버 테러를 예고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사이버 전쟁 연합훈련인 ‘사이버 스톰’ 참여를 추진하는 데 대해 “북침 야망을 드러낸 또 하나의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라면서 “우리는 그 어떤 방식의 고도기술 전쟁에도 다 준비가 돼 있다”고 협박했다. 한미 양국 외에 다른 나라는 전혀 공격을 받지 않은 점도 북의 관련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미국도 테러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북풍론부터 제기하고 나선 것은 무책임하다. 사이버 테러가 북측 소행이든 아니든 자신들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북을 바라보는 그들의 유전자(DNA)가 여전히 좌파 정권 10년 시절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을 경계하기에 앞서 국정원을 먼저 의심하는 안보의식 수준이 참으로 딱하다. 북이 배후임을 입증하는 분명한 증거가 나온다면 그때는 뭐라고 말을 바꿀 것인지 궁금하다.

국가 안보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국회 안으로 들어가 먼저 국정원 측의 설명을 듣는 것이 순서다. 북이 사이버 공격과 동시에 전면전을 도발하더라도 국가 기간전산망과 군의 작전 지휘망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를 따지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마땅히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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